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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ompetition and Financial Stability에 대한 Franklin Allen & Douglas Gale의 논문 소개 - 재무 이론 ⑪
    재무논문 소개 2025. 4. 13.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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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편에서는 금융산업의 경쟁과 재무적 안정성에 관한 논문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일반적으로는 시장 경쟁이 많을수록 소비자 후생과 자원배분 효율성이 증가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금융 산업은 일반 산업과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인다.  Franklin Allen과 Douglas Gale(2004)은「Competition and Financial Stability」라는 논문에서 “경쟁이 효율성을 가져오지만, 동시에 금융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전통적 견해를 뛰어넘는 복잡한 현실을 분석하였다. 이 논문은 단순한 trade-off 개념이 현실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경쟁이 반드시 금융 시스템을 취약하게 만든다는 가정은, 다양한 상황과 조건을 고려할 때 불완전하거나 오히려 잘못된 시사점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떤 경우에는 경쟁이 오히려 위험 관리와 금융 안정성을 강화할 수 있으며, 반대로 과도한 안정 추구가 사회적 효율성을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보았다. 

    금융경쟁과 안정성

    1. 경제적 복지 관점에서 본 경쟁과 금융 안정성

    Allen과 Gale은 경쟁과 안정성 중 어느 하나가 일방적으로 선호될 수 없다고 말한다. 핵심은 사회 전체의 경제적 복지(welfare)를 최적화하는 수준의 균형을 찾는 것이다. 완전한 경쟁(perfect competition)이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것은 맞지만, 현실 세계에서는 정보 비대칭성과 계약의 불완전성 등 다양한 제약이 존재한다. 이로 인해 "완전한 금융 안정성(perfect stability)"은 오히려 사회적으로 비효율적인 상태일 수 있다. 실제로, 위기가 없는 금융 시스템은 자원의 동적 재배분(dynamic reallocation)과 혁신 촉진을 저해할 수 있으며, 이는 장기적으로 더 큰 후생 손실을 야기할 수 있다. 따라서 정부가 무조건 금융위기를 막는 것이 능사는 아니며, 때로는 일정 수준의 ‘금융 불안정성’을 시장 작동의 자연스러운 결과로 받아들일 필요도 있다.

    2. 정책적 함의: 경쟁과 안정성은 동시에 달성할 수 있을까?

    이 논문은 궁극적으로 금융정책에 대한 중요한 통찰을 제시한다. 즉, 정책 입안자들은 경쟁과 안정성 사이에서 단순한 선택이 아닌 정교한 균형 전략을 채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쟁을 촉진하는 동시에 시스템 리스크를 감시할 수 있는 정책 도구의 설계가 핵심이다. 예를 들어, 진입 규제나 예금자 보호 장치는 과도한 위험 추구를 억제하는 수단이 될 수 있고, 반대로 지나친 시장 집중은 혁신과 효율성을 훼손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경쟁이 항상 바람직하지도 않고, 안정성이 항상 선도 아니다. 이 논문은 경쟁과 안정성의 조화를 모색하려는 이들에게 하나의 이론을 제공한다.

    3. 경쟁이 유발한 금융위기: 미국의 사례와 국제 비교

    경쟁이 심화되면 금융기관들은 이윤을 확보하기 위해 더 높은 위험을 감수하게 된다. 대표적인 사례는 미국의 1980년대 은행 위기다. 이 시기 금융 규제가 완화되고 경쟁이 급증하면서, 은행들은 기존의 독점적 지위를 상실하고 ‘차터 가치(charter value)’가 크게 하락했다. 이로 인해 은행들은 수익을 보전하기 위해 더 위험한 자산에 투자하게 되었고, 그 결과 대규모 부실과 연쇄적인 은행 파산이 발생했다. 이러한 위험 선호는 단순히 미국에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Beck et al.(2003)은 79개국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경쟁이 심한 은행 시스템일수록 금융위기의 발생 확률이 높아졌음을 발견했다. 이는 은행 산업에서의 경쟁이 자산 건전성을 약화시키는 유인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경험적 근거다.

    4. 금융위기의 사회적 비용은 얼마나 큰가?

    금융위기의 비용

    경쟁으로 인해 금융위기가 발생할 경우, 그 사회경제적 비용은 막대하다.

    논문은 Hoggarth & Saporta(2001)의 데이터를 인용해, 단독 은행 위기의 재정적 비용은 평균 GDP의 4.5%, 은행과 통화 위기가 동시에 발생하는 경우에는 23%에 달한다고 보고한다. 특히 신흥국에서는 25~32% 수준으로 피해가 더 심각하다. 또한 금융위기는 단순한 예산 손실만이 아니라 경제 전반의 생산성 손실을 동반한다. 특히 은행 위기와 통화 위기가 동시에 발생하는 '쌍둥이 위기'의 경우 손실은 GDP의 29.9%까지 치솟는다.

    이처럼 금융 안정성의 붕괴는 단기 이익 이상의 치명적인 후유증을 가져온다. 금융위기가 발생하면 단순히 은행이 문을 닫는 것이 아니다. 경쟁과 효율성만을 강조하다 금융시스템의 붕괴를 초래할 경우, 그 사회적 비용이 얼마나 막대한지를 잘 보여준다.

     

     

     

    5. 경쟁이 항상 불안정성을 유발하는가?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경쟁이 무조건 금융 안정성을 해친다는 결론은 성급하다. Allen과 Gale은 다양한 모델을 통해 일부 경우에는 경쟁이 오히려 금융 안정성을 높일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Boyd & De Nicolo(2002)의 모델에서는 은행 간 대출시장 경쟁이 심화되면 기업 대출자들이 더 낮은 금리에 자금을 조달하게 되어 무리한 투자를 줄이고 금융 안정성이 향상되는 결과가 나타난다. 즉, 대출시장에서의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기업 차입자의 이자 비용이 줄어들고 무리한 위험추구가 줄어든다고 분석했다. 반면, 공간 경쟁 모델(Hotelling model)에서는 이와 반대로 은행이 더 높은 수익을 위해 위험을 감수하게 되는 경향이 뚜렷하다. 은행 간 적정한 지리적 분산 소비자 간 정보비용 차이를 반영할 경우, 소수의 대형 은행 체제가 오히려 높은 효율성과 안정성을 제공하는 결과도 도출된다. 결국 시장 구조와 경쟁의 형태에 따라 결과는 매우 다를 수 있으며, 이를 고려하지 않은 일률적 경쟁 촉진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6. 제도 설계와 정책 시사점: 경쟁과 안정성의 공존은 가능한가?

    논문은 정책 당국이 단순히 경쟁을 제한하거나 또는 무조건 촉진하는 접근을 넘어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핵심은 "제도적 정렬(institutional alignment)"이다. 예를 들어, 경쟁이 심화되더라도 위험 감수 유인을 억제하는 제도(예: 차등 예금보험료, 자본규제, 내부통제 강화)가 함께 도입된다면, 안정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다. 또한 혁신 기반의 경쟁(예: 핀테크, 디지털 뱅킹)과 전통적 예금 대출 모델 간의 균형도 중요하다. 정부가 필요 이상으로 안정성만 강조한다면, 혁신은 억제되고 장기적으로 시스템은 경직된다. 따라서 경쟁과 안정성 사이의 균형은 동적이며, 시장과 제도, 정보구조가 함께 설계되어야 한다는 점이 본 논문의 핵심 메시지다.

    7. 결론 (Conclusion) 

    이 논문에서는 경쟁과 금융 안정성 간의 관계가 단순한 음의 상관관계로 요약되기 어렵다는 점을 보였다. 다양한 이론적 모델을 통해 분석한 결과, 때로는 경쟁이 금융 안정성을 해치기도 하지만, 다른 경우에는 경쟁이 오히려 안정성을 증진시킬 수 있음이 드러났다. 즉, 이 둘 사이에는 단선적인 트레이드오프(trade-off)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복잡하고 맥락에 따라 달라지는 상호작용이 존재한다. 저자는 경쟁이 효율성을 높이는 반면, 금융 안정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통념을 검토하고, 일부 경우에서는 시장 집중이 오히려 사회후생을 높일 수 있음을 설명하였다. 하지만 이는 항상 성립하는 것은 아니며, 완전한 안정성 자체가 반드시 바람직한 상태가 아닐 수도 있다. 불완전한 계약과 정보 비대칭, 다양한 시장 마찰을 고려하면, 금융위기가 오히려 효율적인 균형의 일부일 수 있다.  

    따라서 정책 입안자들은 경쟁과 안정성 간의 균형을 조절할 때, 단순한 이분법이 아니라 각 상황에 맞는 정교한 분석과 판단이 필요하다. 금융 시스템이 직면한 현실적인 제약 속에서, 경쟁을 완전히 억제하거나 무조건 장려하는 접근은 바람직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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