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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보통신정책연구원 「AI 중견국의 전략」 핵심 정리
    경제상식 소개 2025. 9. 25.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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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날 인공지능(AI)은 국가 안보, 경제, 산업 전반에 걸쳐 가장 중요한 전략 자산으로 부상했습니다. 미국과 중국이 압도적인 기술력과 자본력을 바탕으로 AI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그 사이에 위치한 이른바 중견국(Middle Powers) 들은 독자 생존 전략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이들 국가는 어느 한쪽에 종속되는 단순한 선택을 넘어, 기술 주권을 지키고 국제 협력의 규범을 설계하는 주도적 역할을 수행할 가능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영국, 프랑스, EU, 인도, 싱가포르, 일본, UAE 등 대표적인 AI 중견국들의 전략을 면밀히 살펴보고, 그들이 당면한 현실적 과제와 앞으로의 기회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보고자 합니다.

    AI중견국의 전략

    1. AI 중견국의 부상과 정의

    AI 중견국이란 무엇일까요? 미국과 중국을 제외한 국가들 가운데, 논문 품질·출판량, 대형 AI 모델 개발 성과, GPU 데이터센터 보유 현황, 인재 규모, 투자액 등을 기준으로 상위권에 해당하는 나라들을 의미합니다. 스탠퍼드 HAI 보고서, Tortoise 글로벌 AI 인덱스, ApX의 참여 지수 등은 모두 이들 국가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있으며, 최근 발표된 순위에 따르면 영국, 프랑스, 독일, 한국, 캐나다, 이스라엘, 인도, 싱가포르 등이 중견국 그룹으로 분류됩니다.
    이들은 단순히 기술 수입국을 넘어, 소버린 AI(Sovereign AI)를 구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소버린 AI란 자국의 데이터·인프라·모델·애플리케이션까지 AI 풀 스택 전 영역을 독립적으로 관리하고, 외부 의존도를 최소화하는 전략을 말합니다. 단순히 모델을 하나 만드는 것을 넘어, 에너지 공급 → GPU 및 반도체 → 데이터 거버넌스 → 학습 및 추론 인프라 → 프레임워크와 미들웨어 → 응용 서비스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자립 능력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그러나 이는 막대한 자금, 고급 인재, 지속적인 생태계 투자가 뒷받침되어야 가능한 일이기에 중견국들에게는 쉽지 않은 도전이기도 합니다.

    2. 영국의 하이브리드 전략과 그 한계

    영국은 2025년 초 ‘AI Opportunities Action Plan’을 통해 50가지 실행 계획을 발표하며 자국의 AI 전략을 본격화했습니다. 핵심은 세 가지 축으로 요약됩니다.
    첫째, 슈퍼컴퓨터와 GPU를 중심으로 한 국내 컴퓨팅 인프라 확충입니다. 영국은 ‘AI Research Resource’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2030년까지 연산 능력을 최소 20배 이상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총리의 직접적 약속 아래 10억 파운드의 자금이 투입되며, 이는 해외 빅테크 의존을 줄이고 독자적인 연구 역량을 확보하려는 시도입니다.
    둘째, 인재 양성 및 생태계 강화입니다. 영국은 대학·박사 과정 지원,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 등을 통해 국내 AI 인재 풀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셋째, 공공 부문 도입과 친혁신 규제 마련입니다. NHS와 지방 정부 등 공공 서비스에 AI를 도입해 생산성을 높이고, 동시에 사회적 신뢰를 지킬 수 있는 규제 환경을 구축하려 합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영국은 오픈AI 등 미국 빅테크 기업과 적극 협력하면서 기술 의존 구조를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언론과 학계에서는 영국이 오히려 미국의 “디지털 위성국”으로 전락할 위험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결국 영국의 전략은 소버린 AI의 상징적 제스처와 미국과의 실질적 동맹이라는 이중성을 띠고 있으며, 이는 향후 정책의 성과와 한계를 가르는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입니다.

    3. 프랑스의 강력한 소버린 AI 정책

    프랑스는 중견국 가운데 가장 과감한 소버린 AI 드라이브를 걸고 있습니다. 마크롱 대통령은 AI를 국가 주권과 전략적 자율성의 관점에서 접근하며, 유럽이 미국·중국에 맞서려면 독자적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프랑스는 1,090억 유로 규모의 AI 인프라 투자 계획을 발표했고, 핵에너지 기반 슈퍼컴퓨터 가동, 35개 데이터센터 구축 등을 추진 중입니다. 또한 AI 안전 평가 기관인 INESIA를 설립해 국가 차원에서 AI의 보안과 윤리 문제를 과학적으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프랑스가 국내 자본뿐 아니라 UAE MGX, 캐나다 브룩필드, 미국 아마존과 아폴로 글로벌 등 해외 자본을 대규모로 유치하여 인프라를 건설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동시에 미스트랄(Mistral)을 통해 프랑스어 NLP 벤치마크(FLUE)를 개발하고, 아프리카·중동 국가들과 협력하며 언어적·문화적 영향권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즉, 프랑스는 기술 주권 + 민간 생태계 + 글로벌 언어 협력이라는 세 축을 통해 소버린 AI를 현실화하고 있으며, 이는 유럽 내 다른 국가들의 모델이 되기도 합니다.

    4. EU의 AI 대륙 실행 계획과 그 의미

    EU는 오랫동안 복잡한 규제 중심 접근으로 혁신을 저해한다는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그러나 드라기 보고서를 기점으로 전략을 전환, AI 대륙 실행 계획(Continental Action Plan)을 발표했습니다.
    핵심은 인프라, 데이터, 인재, 산업 적용, 규제라는 다섯 축입니다. 13개의 AI 팩토리와 5개의 기가팩토리를 구축해 첨단 GPU 10만 장 이상을 확보하고, InvestAI를 통해 공공-민간 합작으로 2,000억 유로 규모 투자를 추진합니다. 데이터 유니온 전략으로는 공공·기업 데이터를 통합 관리하여 AI 학습 자원으로 활용하고, 인재 정책으로는 해외 AI 연구자 리크루트, 펠로우십, 디지털 아카데미 설립 등을 추진합니다.
    EU의 전략은 규제 중심에서 투자·혁신 중심으로의 전환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큽니다. 그러나 민간 투자 속도가 더딜 수 있고, 회원국 간 격차와 복잡한 행정 구조가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도 큽니다. 결국 EU의 성패는 ‘집단적 디지털 주권’이라는 가치가 실제 산업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5. 아시아 중견국의 다변화된 전략: 인도·싱가포르·일본

    아시아 국가들은 각자의 특수성을 반영한 전략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 인도 : 2018년부터 ‘AI for All’을 추진하며, 저비용·다언어 모델 개발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BharatGen, Krutrim 모델은 인도의 22개 공용 언어를 지원하며 문화적 적합성을 강조합니다. 또한 1조 루피 이상을 GPU 인프라에 투자하고, 오픈 AI 아카데미 설립 등 국제 협력에도 적극적입니다. 인도는 포용성과 가격 경쟁력으로 글로벌 남반구 시장을 선점하려는 전략을 취합니다.
    • 싱가포르 : 소규모 국가이지만 버티컬 AI전략으로 특화된 모델을 개발합니다. SEA-LION은 동남아 13개 언어를 지원하는 LLM이며, MERaLiON은 감성·문화적 맥락을 이해하는 멀티모달 모델입니다. 정부와 산업계가 긴밀히 협력해 스마트시티, 금융, 헬스케어 등 다양한 분야에 AI를 확산시키고 있습니다.
    • 일본 : 2025년 ‘AI Promotion Act’를 제정하며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FugakuNEXT 슈퍼컴퓨터, ABCI 3.0 등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고 있으며, 소프트뱅크·KDDI 등 민간 기업이 미국 빅테크와 협력해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아직 ‘촉진 단계’에 머물러 있으나, 장기적으로 일본어·문화 기반 특화 모델을 통해 독자 노선을 모색할 가능성이 큽니다.

    세 나라는 각각 포용성·지역 특화·문화 기반이라는 키워드로 차별화된 길을 걷고 있으며, 이는 아시아 AI 다극화의 중요한 흐름을 보여줍니다.

    6. 중동의 투 트랙 모델: UAE 사례

    UAE는 미국과의 기술 동맹과 독자적 소버린 AI 구축을 동시에 추구하는 독특한 전략을 펼치고 있습니다. 아부다비의 G42는 오픈AI,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등과 협력하여 세계 최대 규모의 AI 데이터센터 ‘스타게이트 UAE’를 건설하고 있으며, 연간 최대 50만 개의 엔비디아 칩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또한 무함마드 빈 자예드 AI 대학(MBZUAI)을 설립해 석·박사 중심의 AI 전문 교육을 제공하며, 자체 아랍어 LLM 개발과 산업 적용 확대에도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기술 도입을 넘어 중동·아프리카 지역의 AI 허브로 자리매김하려는 전략적 포석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UAE가 사우디아라비아와 경쟁하며 AI 패권을 다투고 있다는 점인데, 이는 중동의 지정학적 AI 경쟁 구도를 잘 보여줍니다. UAE의 전략은 결국 강대국과의 기술 제휴 + 자국 언어·문화 기반 자율성 확보라는 투 트랙 접근의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7. 중견국의 과제와 기회

    AI 중견국들이 직면한 과제는 크게 네 가지입니다.

    • 재원 조달 문제 : 프랑스나 EU처럼 수백조 원 단위 투자가 필요하지만, 공공 자금만으로는 불가능하기에 민간·글로벌 펀드 자본 유치가 필수입니다.
    • 최첨단 칩 확보 경쟁 : 엔비디아 H100·H200에서 B200, 블랙웰 아키텍처에 이르기까지, 한정된 GPU 공급을 두고 국가와 빅테크 기업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습니다.
    • 인재 확보와 역외 유출 방지 : 해외 연구 인력을 본국으로 유턴시키고, AI 전문 인력을 육성·정착시킬 수 있는 제도적·경제적 인센티브가 필요합니다.
    • 생태계 활성화 : 소버린 AI 모델을 기반으로 스타트업, 공공, 산업 영역에서 실제 활용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초기 성능이 다소 부족하더라도 정책적 지원을 통해 산업 적용을 장려해야 모델 경쟁력이 쌓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기회도 존재합니다. 중견국들은 미국·중국에 종속되지 않고, AI 규범 설계자·중재자·협력 촉진자로서 국제 질서 속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AI 인프라와 안전 규범을 글로벌 공공재로 제시하거나, CERN과 같은 국제 공동 인프라를 구축하는 비전을 제안할 수도 있습니다. 나아가 군사 AI 규범, AI 안전성 문제 등에서도 중견국이 중심적 리더십을 발휘할 여지가 충분합니다.

    8. 결론

    AI 패권 경쟁은 단순히 기술력이 아니라, 국가의 미래 전략과 국제 질서 재편을 결정하는 핵심 요인입니다. 미국과 중국이라는 초강대국이 양분하는 질서 속에서, AI 중견국들은 단순한 종속이 아닌 새로운 질서의 창출자가 될 잠재력을 갖고 있습니다. 영국의 하이브리드 전략, 프랑스의 강력한 소버린 AI 드라이브, EU의 집단적 실행 계획, 인도의 포용적 모델, 싱가포르의 지역 특화, 일본의 촉진 단계, UAE의 투 트랙 접근은 모두 중견국이 어떻게 AI 전략을 차별화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앞으로의 관건은 이들 국가가 재원·GPU·인재·생태계라는 네 가지 현실적 장벽을 어떻게 돌파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동시에, 글로벌 AI 규범을 주도하고 다자 협력을 창출할 수 있는 기회도 놓여 있습니다. 결국 AI 중견국의 전략은 단순한 기술 정책을 넘어, 21세기 국제 질서를 재편할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며, 이는 곧 우리 사회와 경제의 미래와도 직결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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