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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연구원 보고서 「스테이블코인 제도화에 따른 규제 이슈」 핵심 정리경제상식 소개 2025. 9. 30. 08:28반응형
가상자산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스테이블코인(stablecoin)의 제도화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스테이블코인은 비트코인처럼 극심한 가격 변동성을 지닌 기존 암호화폐와 달리, 달러나 원화 같은 법정통화에 가치를 연동하여 안정성을 확보하려는 목적에서 탄생했습니다. 하지만 그 안정성 이면에는 준거통화와의 긴밀한 연결성과 기존 금융시스템과의 경계 모호성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최근 국내 스테이블코인 거래 규모는 1분기 기준 57조 원을 넘어섰고, 글로벌 규제 환경도 미국·EU·일본 등 주요국 중심으로 빠르게 정비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한국도 발행 적격, 준비자산 관리, 외환·통화 정책과의 정합성, 그리고 글로벌 정합성을 고려한 제도 설계가 시급해지고 있습니다.
1. 스테이블코인의 부상과 제도화 필요성
스테이블코인은 크게 알고리즘형, 자산준거형, 통화준거형으로 구분됩니다. 그러나 알고리즘형은 테라-루나 사태에서 확인된 것처럼 가격 안정성을 유지하지 못했고, 금이나 원자재에 연동하는 자산준거형 역시 활용도가 제한적이었습니다. 현재 시장에서 의미 있는 성장을 기록한 것은 달러에 연동된 통화준거형 스테이블코인입니다. 테더(USDT), USD코인(USDC) 등 글로벌 발행사가 주도하는 이 시장은 단순 가상자산 거래를 넘어 해외송금, 결제, 예치 서비스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통화준거형 스테이블코인은 통화의 대체 수단으로 작동할 수 있기에 단순히 가상자산 규제 범주에 포함시키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예컨대 대규모 환급 요구가 발생하면 은행 예금 인출 사태로 번질 수 있고, 준비자산 관리가 미흡하면 금융시스템 전체를 위협할 수 있습니다. 더구나 국경 간 이전이 용이해 외환규제와 통화정책 운용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줍니다. 이런 이유에서 스테이블코인의 제도화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적 과제로 부상했습니다.2. 가상자산 제도화의 역사와 스테이블코인 논의의 확장
가상자산 제도화는 처음부터 금융안정이나 투자자 보호보다는 AML/CFT(자금세탁방지/테러자금조달 차단)를 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FATF 권고에 따라 한국은 2020년 특정금융정보법을 개정하여 가상자산사업자(VASP) 신고제와 AML 규제를 도입했습니다. 이후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투자자 보호 수요가 제기되었고, 2023년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 제정으로 발행인의 책임과 불공정거래 규제가 강화되었습니다.
그러나 2022년 미국의 FTX 파산은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거래소의 유동성 부족이 실리콘밸리은행(SVB), 시그니처은행 등 전통 금융기관의 도산으로 이어지며, 코인런 → 뱅크런 전이 경로가 현실화되었습니다. 이 사건은 가상자산 리스크가 금융시스템을 직접 위협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고, 각국은 스테이블코인을 일반 가상자산과 분리하여 별도 제도화하려는 움직임을 가속화했습니다. 한국에서도 최근 5건의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률안이 국회에 제출되며, 단일 법률 제정 방식과 기존 가상자산법과의 통합 방식이 병행 논의되고 있습니다.3. 발행 적격성과 자본 요건: 누가 발행할 수 있는가
스테이블코인 제도화의 핵심은 발행 적격 기준입니다. EU의 MiCA는 발행인을 은행 또는 전자화폐기관으로 한정해 신뢰성을 확보했습니다. 일본은 자금결제법을 통해 은행·신탁업자·자금이동업자만 발행할 수 있도록 규정했습니다. 미국은 GENIUS Act에서 다양한 발행인을 허용했지만, 동시에 금융감독기관의 엄격한 규제와 등록 절차를 의무화했습니다.
한국도 전자금융거래법상 전자지급수단 발행 요건을 기초로 하되, 단순한 형식 요건이 아닌 경영진 적격성, 내부통제, 지배구조 신뢰성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됩니다. 또한 발행 주체가 금융회사일 경우 모회사 신뢰도가 전체 금융시스템에 전이될 수 있으므로, 직접 발행보다는 자회사 형태를 통한 사업 참여가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자본 요건 역시 중요합니다. EU는 최소 35만 유로와 발행량의 2% 중 큰 금액을 자본으로 확보하도록 규정했으며, 실제로 써클(Circle SAS)은 2,600만 유로 자본금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이 단순 스타트업 수준이 아니라, 상당한 자본력과 책임능력을 요구하는 사업임을 보여줍니다.4. 준비자산 관리와 금융시장 파급효과
스테이블코인의 안정성은 준비자산 관리에 달려 있습니다. 발행인은 환급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고유동성 안전자산(HQLA)을 보유해야 하며, 예금보험이나 중앙은행 최종대부자 기능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더욱 엄격한 운용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준비자산 적립이 금융시장에 새로운 리스크를 전이할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대규모 환급 요구로 발행인이 예금을 인출하면 은행권의 유동성 위기를 촉발할 수 있고, 단기 국채 매도는 채권시장의 변동성을 증폭시킬 수 있습니다. 2022년 FTX 사태 당시 은행의 준비자산 급매가 시장 가격 급락으로 이어진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또한 준비자산은 발행인 도산 위험과 분리되어야 하므로, 신탁 형태를 통한 별도 관리가 요구됩니다. USDT의 경우 환급 과정에서 과도한 수수료와 제한 조건이 부과되어 가격 안정성 신뢰를 약화시킨 사례도 있는데, 국내 제도화 과정에서는 환급 절차의 합리성·투명성 보장이 필수적입니다.5. 거래 및 활용 관련 규제 과제
스테이블코인이 지급결제에 본격적으로 활용되면 기존 규제와 충돌하는 지점이 다수 발생합니다. ‘동일 기능, 동일 리스크, 동일 규제’ 원칙이 지켜지지 않으면 규제 차익이 생기고, 특정 영역이 회색지대로 남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스테이블코인을 예치하고 이자를 지급하는 서비스는 은행법·대부업법 적용 여부가 불명확합니다. 외환거래 측면에서도 스테이블코인을 통한 역외송금은 외환거래법 적용을 받지 않아 규제 사각지대가 형성됩니다.
또한 P2P 전송 거래는 AML·소비자 보호 제도의 사각지대를 만들 수 있습니다. 실제로 보이스피싱, 불법도박, 착오송금 문제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이후 더욱 빈번해질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온체인 P2P 서비스 제공자에게 신고·등록 의무를 부과하는 방안이 필요합니다.
나아가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범용성이 확대될 경우,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습니다. 이는 곧 통화주권 약화로 이어지며, 달러패권이 디지털 금융 영역까지 확장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6. 국제 비교와 정책 시사점
EU는 MiCA를 통해 가상자산 발행 절차를 규제하면서, 단일통화 준거 스테이블코인을 전자화폐로 분류해 기존 EMD2(전자화폐지침)와 PSD2(지급서비스지침)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전자결제수단으로 분류해 자금결제법에서 규율하고, 거래업자에게 국내 이용자 보호 책임을 부과합니다. 미국은 GENIUS Act를 통해 스테이블코인을 ‘Payment Stablecoin’으로 정의하고 지급결제 기능을 강조하며, 이를 자국 내 산업 육성과 달러패권 강화 전략의 일환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국 입장에서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제도화가 단순히 기술적 혁신 차원이 아니라, 통화정책 자율성과 외환시장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과제라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그러나 이용자가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선호하는 상황에서 단순 제도 도입만으로는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이용자 보호와 글로벌 정합성을 동시에 충족하면서, 원화 기반 지급 인프라의 효용을 높일 수 있는 정책 설계가 요구됩니다.7. 결론 및 향후 과제
스테이블코인은 가상자산이자 동시에 통화적 성격을 가진 이중적 존재입니다. 이는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는 동시에, 잘못 설계될 경우 금융시스템 불안을 초래할 수 있는 양날의 검입니다.
한국이 직면한 과제는 △발행 적격성 강화 △충분한 자본 요건 설정 △준비자산의 안전성과 투명성 확보 △거래 규제 보완 △외환·통화정책 정합성 확보 등 다층적입니다. 또한 제도화 이후에도 불법 거래, 자본유출, 규제차익 발생 가능성을 상시 모니터링해야 하며, BIS가 제안한 AML 준수 점수 기반의 거래 제한 방식 등 국제 논의와의 연계도 필요합니다.
궁극적으로 스테이블코인 제도화는 속도의 문제가 아니라 정교한 설계와 국제적 조율의 문제입니다. 금융안정과 이용자 보호를 최우선 가치로 삼으면서, 디지털 금융 혁신의 기회를 활용할 수 있는 균형 잡힌 제도 설계가 지금 한국에 요구되는 과제라 할 수 있습니다.반응형'경제상식 소개'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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