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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연구원(KIEP) 「일본의 총리 교체에 따른정책 변화 전망 및 시사점」 보고서 핵심 정리경제상식 소개 2025. 10. 15. 08:02반응형
2025년 10월, 일본 정치계에 큰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이시바 후미오 총리가 공식적으로 사임 의사를 밝히며, 일본은 1년 만에 새로운 총리를 맞이하게 되었다. 이번 총리 교체는 단순한 정치적 교체를 넘어서, 일본의 경제정책, 외교노선, 그리고 한일관계에까지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경제연구원(KIEP)의 최신 분석에 따르면, 이번 변화는 일본 내정뿐만 아니라 동아시아 전체의 정치경제적 역학관계에도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1. 연속된 선거 패배가 만든 정치적 압박과 이시바 총리의 사임 배경
이시바 총리의 사임은 갑작스럽게 결정된 것이 아니다. 2024년 10월 출범한 이시바 내각은 집권 후 주요 선거에서 연달아 참패하며 심각한 정치적 압박을 받아왔다. 가장 결정적인 타격은 2024년 10월 27일 실시된 중의원 선거에서 자민당과 공명당의 연립 여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한 것이었다. 선거 전보다 64석이 줄어든 215석만을 획득하며 과반(233석)에 크게 못 미쳤다.
상황은 더욱 악화되었다. 2025년 6월 도쿄도의회 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은 선거 전 30석에서 21석으로 9석이나 줄어들며 '도민 퍼스트 회'에게 제1당 지위를 내어주었다. 결정타는 7월 20일 실시된 참의원 선거였다. 사실상 '정권 선택 선거'로 여겨진 이 선거에서도 자민·공명 연립 여당은 과반(125석) 확보에 실패하며, 일본 정치사상 초유의 사태인 양원 모두에서 여소야대 국면이 형성되었다.
아소 다로 자민당 부총재가 "이시바 총리로는 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는 민의가 드러났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등 당내 사퇴 압박이 거세졌다. 이시바 총리는 미일 관세 협상과 고물가 대책 등을 이유로 정치 공백을 막아야 한다며 총리직 계속 수행 의지를 보였지만, 미일 관세 협상이 일단락되자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다. 결국 2025년 9월 7일, 이시바 총리는 참의원 선거 패배의 책임을 인정하며 당내 분열을 피하고 싶다는 이유로 공식적인 사임 의사를 표명했다.2. 자민당 총재 선거와 주요 후보들의 등장
2025년 10월 4일에 실시된 자민당 총재 선거에는 5명의 후보가 출마했다. 이 중에서도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담당상과 고이즈미 신지로 현 농림수산상이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닛케이신문사와 테레비도쿄가 9월 26~28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자민당 지지층에서는 고이즈미 후보가 33%로 1위, 다카이치 후보가 28%로 2위를 차지했다. 무당파층에서는 다카이치 후보가 29%, 고이즈미 후보가 27%로 순위가 바뀌었다.
다른 주요 후보로는 고바야시 다카유키 전 경제안보담당상, 모테기 도시미쓰 전 자민당 간사장, 하야시 요시마사 현 내각관방장관이 있다. 각 후보는 연령과 경력면에서도 다양성을 보여준다. 1981년생인 고이즈미 후보는 가장 젊은 후보로 세대교체를 상징하며, 1955년생인 모테기 후보는 풍부한 정치 경험을 앞세우고 있다.
현재 중·참의원 양원에서 모두 여소야대 구도가 형성되어 있어, 자민당의 신임 총재가 총리로 선출되기 위해서는 일부 야당의 협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는 향후 정책 방향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3. 경제정책 방향과 고물가 대응 전략
각 후보들의 경제정책을 살펴보면, 대부분이 이시바 내각의 현 정책 노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각자의 색깔을 드러내고 있다. 일본은 2024년 말부터 약 3%를 초과하는 고물가 추세가 지속되고 있으며, 특히 쌀 가격의 급등이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2025년 6월 쌀 가격(5kg 기준)은 5,072엔으로, 2년 전인 2023년 6월(2,283엔)과 비교해 약 220% 상승했다.
고이즈미 후보는 취임 직후 유류비 완화(휘발유 잠정세율 폐지)를 포함한 고물가 대책을 중심으로 하는 경제대책을 책정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는 이시바 및 이전 기시다 정권의 정책을 명확하게 계승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으며, 2030년도까지 평균임금 100만 엔 이상 증가라는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했다.
다카이치 후보는 고물가로부터 중소기업과 소규모 사업자를 보호하며, 임금 인상과 설비 투자를 가능하게 하는 환경을 정비하기 위해 향후 3년 동안 세제 및 보조금 제도를 총동원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녀는 성장투자와 안전망 강화를 통한 '강한 경제·증가하는 임금'을 강조하고 있다.
하야시 후보는 '하야시 플랜'을 통해 실질임금이 1% 정도를 상회하는 수준이 정착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모테기 후보는 급여가 1년에 3.5%, 3년간 10% 증가하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했으며, 고바야시 후보는 최저임금 인상 효과가 발휘될 수 있도록 지원 패키지를 구성하겠다고 했다.4. 노동력 부족 문제와 외국인 정책의 변화
일본의 심각한 노동력 부족 문제는 새 총리가 직면해야 할 핵심 과제 중 하나다. 2023년 합계출산율이 1.2를 기록하고 고령화율이 29.3%에 달하면서 생산가능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이시바 내각은 저출산 대응, 근로자 처우 개선, 외국인력 활용, 간병 분야 인력 확보 등을 추진해왔다.
흥미롭게도 주요 후보들은 모두 외국인 규제 강화 기조를 보이고 있다. 이는 노동력 부족 해결과는 상반된 방향으로, 일본 사회의 복잡한 정서를 반영한다. 다카이치 후보는 외국인 대응의 사령탑 기능을 강화하고 새로운 대내외 외국인투자위원회 신설을 제시했다. 고이즈미 후보도 외국인의 불법 체류나 위법 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 투명화를 강조했다.
고바야시 후보는 외국인 및 토지 취득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했으며, 모테기 후보는 외국인에 대해서도 법치주의를 엄격하게 적용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상대적으로 온건한 입장을 보이는 하야시 후보조차 "관리 가능한 분산 수용"이라는 신중한 표현을 사용했다.
이러한 외국인 규제 강화 기조는 한국을 포함한 주변국과의 인적 교류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특히 한일 간 활발한 인적 교류를 고려할 때, 새로운 정책 방향에 대한 면밀한 관찰과 대비가 필요한 상황이다.5. 대외정책과 미일관계의 미묘한 변화
새로운 일본 총리의 대외정책 방향은 특히 미일관계와 관련해서 주목받고 있다. 이시바 정권 시기에 타결된 미일 관세 협상에 대해 대부분의 후보들이 기본적으로 이행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세부적인 접근에서는 차이를 보인다.
다카이치 후보는 미일 관세 합의 이행 과정에서 일본의 국익이 훼손될 경우 강고한 대응 및 재협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는 다른 후보들과 구별되는 강경한 입장으로, 향후 미일 통상관계에 미묘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모테기와 하야시 후보도 관세 추가 인하를 위한 교섭에 의욕을 나타내고 있어, 미일 간 추가 협상 가능성도 열려있다.
방위비 증액에 대해서는 모든 후보가 공감대를 보이고 있다. 고이즈미와 고바야시 후보는 GDP 2%까지 증액을 제시했고, 다카이치 후보는 최대 3.5%까지도 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는 일본이 '전후 가장 엄중한 안보환경'에 직면했다는 공통 인식에 기반한다.
미일동맹 강화와 함께 인도태평양 지역 협력도 강조되고 있다. 모든 후보가 중국, 북한, 러시아 위협에 대한 대응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QUAD, CPTPP 등 다자간 협력 틀의 중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특히 사이버 방어체계 강화와 첨단기술 분야에서의 경제안보 확보가 새로운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6. 한일관계에 미칠 영향과 우려 요소들
새로운 일본 총리 선출이 한일관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신중한 관찰이 필요하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유력 후보들의 역사인식과 야스쿠니 신사 참배 문제다.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고이즈미 농림수산상과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담당상 모두 그동안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해온 정치인들이다.
고이즈미 후보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해 "적절히 판단하겠다"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다카이치 후보는 보다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만약 새로운 총리가 취임 후에도 계속해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할 경우, 한일관계에 상당한 악영향이 예상된다.
외국인 규제 강화 기조도 한일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다. 지난 7월 참의원 선거에 이어 이번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도 외국인 규제가 주요 이슈로 등장한 것은, 외국인 수용에 대한 일본 사회의 소극적·부정적 태도가 일시적 현상이 아닌 중장기적 트렌드임을 시사한다.
그러나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이달 말 개최 예정인 APEC 정상회의에서 신임 일본 총리를 맞이할 가능성이 큰 만큼, 이번 만남을 한일관계가 역사 문제로 인해 다시 후퇴하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관리하는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 양국이 경제협력과 지역 안보 등 공통 관심사에 집중한다면, 정치적 마찰을 최소화하면서 실질적 협력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다.7. 여소야대 상황이 만드는 정책 변화 가능성과 전망
이번 일본 총리 교체의 가장 큰 특징은 여소야대 상황에서 이뤄진다는 점이다. 자민당의 신임 총재가 총리로 선출되기 위해서는 일부 야당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이는 향후 정책 방향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중요한 변수다.
연정 확대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일부 야당이 주장하는 정책들이 적극적으로 반영될 가능성도 있다. 예를 들어 소득세 비과세 범위 확대, 지방분권 강화, 사회보장제도 개선 등이 그것이다. 이는 기존 자민당 정책과는 다른 방향으로, 일본 정치의 실질적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
경제정책 측면에서는 대부분의 후보가 기존 정책의 큰 틀을 유지하면서도 세부적인 차별화를 추구하고 있다. 고물가 대응, 임금 인상, 노동력 부족 해결 등은 누가 총리가 되더라도 지속될 핵심 과제들이다. 하지만 구체적인 정책 수단과 우선순위에서는 후보별로 차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대외정책 면에서는 미일동맹 강화와 방위비 증액, 중국 견제 등의 큰 방향은 유지되겠지만, 미일 통상협정 이행이나 외국인 정책 등에서는 후보별 차이가 나타날 수 있다. 특히 다카이치 후보의 강경한 입장은 향후 동아시아 정세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한국으로서는 이러한 변화를 면밀히 관찰하면서, 새로운 일본 정부와의 관계 설정에 대비해야 한다. 역사 문제나 외국인 정책에서의 부정적 변화에는 선제적으로 대응하되, 경제협력이나 지역 안보 등에서는 실용적 협력 기회를 모색해야 할 것이다. 미일 관세 합의의 이행 과정도 한미 관세 협상에 참고할 만한 중요한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번 일본의 총리 교체는 단순한 정치적 교체를 넘어서, 일본 정치의 구조적 변화와 동아시아 지역 질서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여소야대라는 새로운 정치 환경 속에서 어떤 변화가 나타날지, 그리고 그것이 한일관계와 동북아 정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켜보는 것이 중요하다.반응형'경제상식 소개'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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