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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DB미래전략연구소 보고서 「주요국의 첨단산업 지원프로그램 금융구조 분석: 경제안보 시대의 새로운 산업정책」 핵심 정리
    경제상식 소개 2025. 10. 17.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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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중 패권 경쟁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라는 격변의 시대 속에서, 세계 주요국들은 자국의 경제안보와 첨단기술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전례 없는 규모의 산업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더 이상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에만 의존할 수 없는 상황에서, 각국 정부는 반도체, 이차전지, 인공지능 등 전략적 핵심 기술 분야에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입하며 '신산업정책'의 시대를 열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미국, EU, 독일, 일본, 영국, 프랑스 등 주요국의 첨단산업 지원프로그램과 그 금융구조를 심층 분석하고, 우리나라에게 주는 시사점을 살펴보겠습니다. 각국이 어떤 방식으로 정부 재정과 민간자본을 결합시켜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는지, 그리고 이러한 글로벌 트렌드 속에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인지 함께 탐구해 보겠습니다.

    첨단 산업 지원프로그램

    1. 글로벌 산업정책의 패러다임 전환: '신산업정책' 시대의 도래

    글로벌 금융위기와 코로나19 위기를 거치며 세계 경제 질서가 근본적으로 재편되고 있습니다. 특히 미중 패권 경쟁의 심화와 글로벌 공급망의 분절화는 각국 정부로 하여금 '경제안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 하에서 적극적인 산업정책을 추진하게 만들었습니다.
    과거 신자유주의 시대의 '최소정부' 철학과는 달리, 현재 주요국들은 전략적 경쟁력 확보를 위해 정부가 직접 시장에 개입하는 '신산업정책'을 적극 도입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규제 완화나 간접적 지원을 넘어서, 대규모 기금 조성과 정책금융을 통한 직접적이고 선별적인 지원을 특징으로 합니다.
    특히 반도체, 이차전지, 인공지능, 청정에너지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는 기술 패권과 공급망 안정성이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상황입니다. 이에 따라 각국은 자국 중심의 공급망 구축과 첨단기술 자립을 위해 전례 없는 규모의 재정 지원과 정책금융을 동원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탈세계화' 흐름과 맞물려 향후 수십 년간 글로벌 경제 질서를 좌우할 핵심 요소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2. 미국의 대규모 기금 전략: CHIPS법과 500억 달러 반도체 패권 프로젝트

    미국은 2022년 CHIPS and Science Act 제정을 통해 총 500억 달러 규모의 '미국반도체기금'을 설립하여 반도체 패권 탈환에 나섰습니다. 이는 미국 정부 예산으로 전액 조달되는 대규모 국가 프로젝트로, 상무부 산하 CHIPS 프로그램 사무국이 총괄 관리하고 있습니다.
    기금의 구조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뉩니다. 제조시설 확대 부문에는 390억 달러가 배정되어 반도체 생산 인센티브로 보조금, 저리대출, 정부보증 등을 제공합니다. R&D 부문에는 110억 달러가 투입되어 CHIPS R&D 프로그램 사무국이 실사부터 보조금 지급까지 전 과정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2025년 1월까지 제조시설 보조금 지급 계약이 336.6억 달러, R&D 분야가 83억 달러에 달하는 등 이미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이는 TSMC, 삼성전자 등 글로벌 파운드리 업체들의 미국 내 대규모 투자를 이끌어내는 핵심 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미국의 접근법은 글로벌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국가대표기업 육성' 전략이 특징입니다. 소수의 핵심 기업에 대규모 자금을 집중 투입하여 단기간 내 가시적 성과를 창출하고, 이를 통해 중국과의 기술 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려는 전략입니다. 또한 미국국방반도체기금, 국제기술안보혁신기금 등 추가 기금도 설치하여 국방 및 동맹국 협력 차원의 지원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3. EU의 다층 구조 전략: 공동기금과 회원국별 펀드의 조화로운 결합

    유럽연합은 미국과는 다른 접근법으로 첨단산업 육성에 나서고 있습니다. EU 차원의 공동기금과 각 회원국별 국가 기금을 조화롭게 결합하는 다층 구조를 통해 유럽 전체의 첨단기술 주도권 강화와 유럽 중심 공급망 구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공동기금으로는 2022년 설립된 20억 유로 규모의 '유럽반도체기금'이 있습니다. 이는 EU 예산 4.25억 유로와 InvestEU 등으로 조성되어 EIC(유럽혁신위원회) 등이 집행하며, 혁신기업을 대상으로 보조금과 지분투자를 제공합니다. 특히 초소형 전자공학, 광학·디지털 반도체 개발 등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더 큰 규모의 지원은 RRF(회복 및 복원력 기금) 7,500억 유로를 통해 이루어집니다. 회원국들이 첨단산업 관련 계획서를 제출하면 보조금과 대출을 지원하는 구조로, 2023년 기준 디지털 전환 분야에만 284억 유로가 집행되었습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IPCEI(공동이해관계중요프로젝트) 제도입니다. 이를 통해 회원국들의 대형 혁신 프로젝트에 대해 예외적으로 국가보조금을 허용하고 있으며, 2025년 8월 기준 345개 프로젝트에 376억 유로가 승인되었습니다. 반도체 분야 100억 유로, 이차전지 분야 61억 유로 등 전략적 기술 분야에 집중 지원하고 있습니다.
    EU의 전략은 미국과 달리 중소기업과 스타트업 중심의 생태계 균형 발전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이는 유럽 경제구조의 특성상 중소기업 비중이 높기 때문이며, 스타트업부터 스케일업까지 전 단계에 걸친 촘촘한 지원체계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4. 독일의 혁신적 민관협력 모델: 미래기금과 위험-수익 차등화 구조

    독일은 EU 공동 정책과는 별도로 독창적인 민관협력 모델을 통해 첨단산업 육성에 나서고 있습니다. 2022년 설립된 10억 유로 규모의 '독일성장기금'은 100억 유로 규모 미래기금(Zukunftsfonds)의 하위펀드로서, 정부와 민간자본을 전략적으로 결합한 혁신적인 구조를 자랑합니다.
    가장 특징적인 것은 위험 회피 정도에 따라 수익과 위험을 차등화하는 금융구조입니다. 정부 예산은 Master Vehicle에 투입되어 상대적으로 높은 위험을 감수하는 대신, 민간 자본은 Special Account Vehicle 등을 통해 위험을 분산시키는 구조입니다. 이를 통해 민간투자자의 참여를 적극 유도하면서도 정부의 정책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윈-윈 구조를 만들어냈습니다.
    독일성장기금은 VC펀드에 재간접 투자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며, ICT와 생명과학을 중심으로 딥테크, 기후기술 등에 집중 투자하고 있습니다. 2024년 11월 기준 29개 VC펀드에 5.67억 유로를 투자하여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정책금융 부문에서는 KfW의 WIN 이니셔티브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2024년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미래금융법을 기반으로 공공-민간 재간접펀드 구조를 도입했으며, 2030년까지 120억 유로 투자를 목표로 합니다. 비상장 벤처부터 신규 상장, 기술상용화까지 전 단계를 포괄하는 종합적 지원체계를 구축한 것이 특징입니다.
    독일 모델의 핵심은 민간의 전문성과 정부의 정책 의지를 효과적으로 결합한 데 있습니다. 정부가 직접 기업을 선별하고 지원하는 방식이 아니라, 전문 VC들의 판단을 존중하면서도 정책적 방향성을 제시하는 간접적 개입 방식을 통해 시장 효율성과 정책 효과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습니다.

    5. 일본의 집중형 기금 전략: 3대 기금 2.9조 엔으로 공급망 안정화 추진

    일본은 경제안보라는 명확한 목표 하에 3대 기금을 통해 총 2.9조 엔 규모의 집중적 지원을 펼치고 있습니다. 경제안보기금 2.4조 엔, 특정반도체기금 2.2조 엔, 포스트 5G 기금 2.5조 엔으로 구성된 이 기금들은 각각 명확한 역할 분담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고 있습니다.
    경제안보기금은 이차전지, 반도체 등 첨단산업 공급망 강화를 목표로 설비투자와 기술개발 지원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특정반도체기금은 첨단반도체 설비 건설 및 장비 구입에 보조금을 지급하며, 민간금융기관의 저리대출 시 이자보전도 제공합니다. 포스트 5G 기금은 차세대 네트워크 및 첨단반도체 기술 개발과 인재양성에 특화되어 있습니다.
    3대 기금 모두 경제산업성 예산을 기반으로 하며, NEDO(신에너지·산업기술종합개발기구)를 통해 기업과 연구단체에 직접 지원하는 구조입니다. 2024년 11월 기준 반도체 관련 보조금만 3.4조 엔이 집행되는 등 상당한 규모의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정책금융 부문에서는 JFC(일본정책금융공고)의 신사업육성자금과 DBJ(일본정책투자은행)의 Two-step loan이 핵심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JFC는 정부 차입 및 채권발행을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장기 저리 자금을 제공하며, DBJ는 장기 인내자본 공급을 통해 민간금융의 한계를 보완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접근법은 미국과 유사하게 글로벌 대기업 중심의 '국가대표기업 육성' 전략을 추구하면서도, 공급망 안정화라는 보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목표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특히 한국, 대만 등 주요 반도체 파트너국과의 협력을 통해 중국 의존도를 낮추면서도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전략을 펼치고 있습니다.

    6. 영국과 프랑스의 차별화된 접근: 도전과제 중심 vs 주권기금 모델

    영국은 375억 파운드 규모의 국가생산력투자기금 하위에 '산업전략도전기금' 58억 파운드(공공 30억+민간 28억)를 설치하여 독특한 '도전과제 중심' 접근법을 취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 미래모빌리티, 청정성장, 고령사회라는 4대 Grand Challenge에 보조금을 집중 지원하며, 연구혁신청(UKRI)을 통한 공모-심사 구조로 운영됩니다.
    정책금융 부문에서는 영국기업은행(BBB)의 자회사인 BPC(British Patient Capital)가 'Future Fund: Breakthrough' 4.25억 파운드 펀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펀드는 민간과의 공동 지분투자를 통해 R&D 집약적 기업을 지원하며, 최대 30%까지만 정부가 투자하여 6.4배의 레버리지 효과를 창출하고 있습니다.
    프랑스는 540억 유로 규모의 '프랑스 2030 투자계획'을 통해 보다 포괄적인 접근을 하고 있습니다. 정부와 공공투자은행(Bpifrance) 등이 공동 운영하며, 청정에너지와 첨단기술 등 10대 목적 분야의 7,457개 프로젝트에 2024년 기준 400억 유로를 집행했습니다. 특히 50% 이상이 녹색전환 프로젝트에 집중되어 EU의 그린딜 정책과 연계되어 있습니다.
    프랑스의 핵심은 Bpifrance가 운영하는 '프랑스 기술주권펀드'(FTSF)입니다. 1.5억 유로에서 6.5억 유로로 확대된 이 펀드는 미래투자프로그램과 2030 투자계획 자금을 재원으로 하며, 혁신기업을 직접 선정하여 민관 공동투자 원칙으로 운영됩니다. 2023년 6월 기준 14개 기업에 4.55억 유로를 투자하여 높은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두 나라 모두 대규模 국채(Grand Emprunt)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과 민간자본과의 전략적 협력을 통해 정부 재정 부담을 최소화하면서도 정책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는 재정 여력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인 중견국가들이 참고할 만한 모델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7. 한국에 주는 시사점: 균형 잡힌 생태계 구축과 민간자본 활용 전략

    주요국 사례 분석을 통해 우리나라에게 주는 핵심 시사점들을 도출할 수 있습니다. 첫째, 선진국형 대기업 집중 전략과 유럽형 생태계 균형 발전 전략의 장단점을 면밀히 분석하여 우리나라 산업구조에 적합한 모델을 설계해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반도체, 이차전지 등에서 글로벌 톱티어 대기업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중소·벤처기업의 성장 잠재력이 높다는 독특한 위치에 있기 때문입니다.
    둘째, 정부 재정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민간자본 활용 전략이 필수적입니다. 독일의 위험-수익 차등화 구조나 영국의 레버리지 극대화 모델처럼, 민간투자자에게 적절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면서도 정책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정교한 금융구조 설계가 필요합니다.
    셋째, R&D부터 사업화까지의 전 단계를 연계하는 촘촘한 지원체계 구축이 중요합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R&D 지원은 상당히 체계화되어 있지만, 사업화와 스케일업 단계에서의 지원은 상대적으로 취약한 상황입니다. 일본의 3대 기금 연계 모델이나 프랑스의 전주기 지원 체계를 참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넷째, 정책금융기관의 역할 재정립과 기능 강화가 필요합니다. 주요국 모두 정책금융기관이 단순한 보완적 역할을 넘어서 첨단산업 육성의 핵심 주체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산업은행, 기술보증기금, 신용보증기금 등 기존 정책금융기관들의 역할을 재정립하고 새로운 시대에 맞는 기능과 권한을 부여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글로벌 경제안보 트렌드에 대응하는 동시에 국제협력도 강화해야 합니다. 미국의 CHIPS 법이나 일본의 경제안보기금처럼 우리도 핵심 기술 분야의 자립도를 높이되, 동시에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국들과의 협력을 통해 상호 보완적인 공급망을 구축하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저성장 고착화를 극복하고 글로벌 리딩 국가로 재도약하기 위해서는 첨단산업 육성이 선택이 아닌 필수이며, 이를 위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금융구조 혁신이 시급한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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