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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탈달러화의 물결: 변화하는 국제금융질서와 우리의 대응 전략경제상식 소개 2025. 10. 16. 08:43반응형
국제금융시장에 거대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70년 넘게 세계 경제의 중심축 역할을 해온 달러 패권이 점진적으로 약화되고 있으며, 각국은 달러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전개하고 있습니다. 2000년대 초반 70%에 달하던 외환보유액 내 달러 비중이 현재 58%까지 하락한 것은 단순한 통계상의 변화가 아닙니다. 이는 브레튼우즈 체제 이후 구축된 달러 중심의 국제금융질서가 근본적인 전환점에 서 있음을 의미합니다. 미국의 정치적 불확실성, 과도한 재정적자, 그리고 금융제재의 무기화는 각국으로 하여금 달러에 대한 의존도를 재검토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중국의 CIPS, 러시아의 SPFS와 같은 대안 결제시스템의 등장과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의 확산은 이러한 변화를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한국 역시 이러한 글로벌 탈달러화 흐름 속에서 외환보유액 다변화, 원화 국제화, 그리고 새로운 결제 인프라 참여를 통해 금융주권을 강화해야 할 시점에 와 있습니다.
1. 달러 패권의 구조적 균열: 숫자로 보는 탈달러화 현실
국제통화기금(IMF) 데이터가 보여주는 현실은 명확합니다. 2000년대 초반 약 70%에 달했던 달러화 외환보유 비중이 2025년 현재 58% 수준으로 하락했습니다. 이는 연평균 약 0.5% 포인트씩 꾸준히 축소된 결과로, 단기적 변동이 아닌 구조적 변화임을 보여줍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러한 감소세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더욱 가속화되었다는 사실입니다.
달러 약화의 근본 원인은 다층적입니다. 먼저 미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핵심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와 바이든 행정부를 거치며 나타난 정책의 급격한 변화, 의회 내 정치적 대립, 그리고 부채한도 협상과 같은 정치적 갈등은 달러에 대한 신뢰를 지속적으로 훼손시키고 있습니다. 또한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나타난 과도한 통화 공급과 재정 확대는 인플레이션 우려를 증폭시켰으며, 이는 달러화 가치의 장기적 안정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게 만들었습니다.
지정학적 리스크 역시 탈달러화를 가속화하는 중요한 동력입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무역갈등, 이란 핵 문제 등 일련의 국제적 갈등 상황에서 미국이 달러 결제시스템을 제재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증가하면서, 각국은 달러 의존도가 가져올 수 있는 리스크를 절감하게 되었습니다. SWIFT 차단, 미국 국채 거래 제한, 달러 결제 금지 등의 조치들은 피제재국뿐만 아니라 중립국들까지도 대안 체계 구축의 필요성을 인식하게 만들었습니다.2. 중국의 전략적 탈달러화: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접근
중국은 글로벌 탈달러화를 주도하는 핵심 국가로, 그 접근 방식은 매우 체계적이고 장기적입니다. 중국외환관리국(SAFE)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월부터 2024년 12월까지 중국의 공식 미국 국채 보유 비중은 약 27% 수준까지 대폭 축소되었습니다. 이는 단순한 포트폴리오 조정이 아니라 전략적 탈달러화 정책의 일환으로 해석됩니다.
중국의 탈달러화 전략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성과는 CIPS(Cross-Border Interbank Payment System)의 구축과 확산입니다. 2015년 중국인민은행이 설립한 이 위안화 기반 실시간 총액결제 시스템은 2024년 말 기준 전 세계 1,600여 개 은행과 연결되어 연간 약 175조 위안을 처리하고 있습니다. 이는 SWIFT에 대한 실질적인 대안으로 기능하며, 특히 일대일로 참여국들과의 무역결제에서 그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위안화(DCEP) 프로젝트 역시 중국의 탈달러화 전략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아랍에미리트, 홍콩, 태국과 함께 다중 CBDC(mCBDC) 실험을 진행하며, 전통적으로 달러를 경유하던 다자간 결제를 대체하려는 시도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실험이 성공적으로 확산될 경우, 아시아 지역 내에서 달러를 우회하는 새로운 결제 생태계가 구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3. 러시아와 기타 제재 대상국들의 생존 전략
러시아의 탈달러화는 서방 제재에 대한 생존 전략의 성격이 강합니다. 2014년 크림반도 사태 이후 SWIFT 차단 가능성에 대비해 구축한 SPFS(System for Transfer of Financial Messages)는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본격적으로 가동되기 시작했습니다. 현재 SPFS는 러시아 내 400여 개 금융기관과 연결되어 있으며, 벨라루스, 아르메니아, 키르기스스탄 등 구소련 국가들까지 참여하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또한 원유와 천연가스 거래에서 루블 결제를 의무화하거나 비달러 통화 결제를 확대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중국, 인도, 터키 등과의 에너지 거래에서 자국 통화나 위안화 결제 비중을 늘리고 있으며, 이는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서 달러의 지배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란 역시 미국 제재에 대응해 독자적인 금융 시스템을 구축해왔습니다. SEPAM(Society for Worldwide Interbank Financial Telecommunication)이라는 자체 결제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으며, 중국, 러시아, 베네수엘라 등과의 교역에서 물물교환이나 금 결제 등 비달러 방식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제재 대상국들의 노력은 비록 규모는 제한적이지만, 달러 중심 체제에 균열을 만드는 상징적 의미를 갖습니다.4. 기술혁신이 주도하는 새로운 결제 생태계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와 스테이블코인은 탈달러화 논의에서 가장 혁신적인 요소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국제결제은행(BIS)이 제시하는 다중 CBDC(mCBDC) 체계는 기존 달러 중심 인프라에 대한 근본적인 대안을 제시합니다. 이 시스템은 복수 국가가 발행한 디지털 통화를 단일 플랫폼에서 호환·연계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달러를 경유하지 않는 직거래를 가능하게 합니다.
중국의 디지털 위안화 실험이 가장 앞서가고 있지만, 유럽중앙은행의 디지털 유로, 일본의 디지털 엔 검토, 한국의 CBDC 연구 등 주요국들의 디지털 통화 개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특히 크로스보더 결제에서 CBDC가 기존 코레스펀던트 뱅킹 시스템을 대체할 수 있다면, 결제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면서 동시에 달러 의존도를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그러나 스테이블코인의 경우 현재로서는 탈달러화보다는 '재달러화'의 효과가 더 클 것으로 분석됩니다. 테더(USDT), USD코인(USDC) 등 주요 스테이블코인들이 모두 달러에 연동되어 있어, 오히려 디지털 경제에서 달러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역설적 상황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다만 장기적으로 유로, 위안화, 엔화 등 다양한 통화에 연동된 스테이블코인이 확산될 경우, 이는 통화 다극화에 기여할 가능성도 존재합니다.5. 민간 부문의 리스크 헤징과 포트폴리오 다변화
글로벌 기업과 금융기관들도 달러 집중 리스크를 인식하고 다양한 헤징 전략을 구사하고 있습니다. 특히 다국적 기업들은 무역 결제에서 현지 통화나 제3국 통화 사용을 늘리고 있으며, 환헤지 상품을 적극 활용해 달러 변동성 리스크를 관리하고 있습니다. 자동차, 반도체, 에너지 등 글로벌 공급망을 갖춘 산업에서 이러한 경향이 특히 두드러집니다.
자산운용 업계에서도 달러 자산 편중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주요 연기금과 소버린 웰스 펀드들은 신흥국 채권, 금, 부동산, 인프라 등 비달러 자산 비중을 확대하고 있으며, 통화 다변화 전략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노르웨이 국부펀드, 싱가포르 GIC, 중동 오일머니 등이 이러한 변화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암호화폐 시장에서도 비트코인을 '디지털 금'으로 보는 시각이 확산되면서, 달러 대체 자산으로서의 관심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비록 높은 변동성과 규제 불확실성이라는 한계가 있지만, 중앙은행의 통화정책과 독립적인 가치저장 수단으로써의 잠재력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엘살바도르,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등 일부 국가들이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채택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6. 지역별 통화블록과 양자간 통화협정의 확산
글로벌 탈달러화는 지역별 통화블록 형성으로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아세안+3(한중일) 치앙마이 이니셔티브, 브릭스(BRICS) 국가 간 통화 스왑 협정 확대, 유라시아경제연합 내 루블 결제 확산 등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러한 지역 차원의 협력은 역내 무역에서 달러 의존도를 줄이고, 금융위기 시 상호 지원 체계를 구축하는 효과를 가져오고 있습니다.
특히 아시아 지역에서는 위안화의 영향력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중국과 동남아시아 국가들 간의 무역에서 위안화 결제 비중이 증가하고 있으며, 홍콩, 싱가포르 등 금융허브를 중심으로 위안화 역외 시장이 성장하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등은 중국과의 양자 간 통화 스왑 협정을 확대하고, 관광업과 전자상거래에서 위안화 사용을 늘리고 있습니다.
중동 지역에서도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중국과의 원유 거래에서 위안화 결제를 검토하고 있으며, UAE는 인도와의 무역에서 디르함-루피 직거래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움직임은 페트로달러 시스템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잠재적 변화로 평가됩니다.7. 한국의 대응 전략과 정책적 시사점
한국은 높은 무역 의존도와 제한적인 원화 국제화 수준으로 인해 달러 중심 체제 변동에 특히 취약한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외환보유액의 대부분이 달러 자산으로 구성되어 있고, 대외거래의 상당 부분이 달러로 이뤄지고 있어 달러 가치 변동이나 미국 통화정책 변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습니다. 따라서 글로벌 탈달러화 흐름에 대한 선제적이고 전략적인 대응이 필요합니다.
단기적으로는 외환보유액 구성의 다변화가 최우선 과제입니다. 현재 60% 이상이 달러 자산으로 편중된 외환보유액을 유로, 엔, 위안화, 금 등으로 분산해 통화 리스크를 완화해야 합니다. 또한 주요국과의 통화 스왑 네트워크를 확대하고, 아시아 채권시장 발전에 적극 참여해 역내 금융 안전망을 강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중장기적으로는 원화 국제화와 디지털 금융 인프라 구축이 핵심입니다. CBDC 개발과 함께 BIS 주도의 다중 CBDC 프로젝트에 선제적으로 참여해 새로운 국제결제 체계에서의 입지를 확보해야 합니다. 또한 한류 콘텐츠, K-뷰티, 전자상거래 등 한국의 강점 분야에서 원화 결제를 확대하고, 역외 원화 시장 육성을 통해 원화의 국제적 사용을 늘려나가야 합니다.
정책적으로는 금융주권 강화와 개방성 유지 간의 균형이 중요합니다. 탈달러화 흐름에 동참하되, 보호주의로 치우치지 않고 다양한 통화와 결제시스템이 공존하는 다극적 금융질서 구축에 기여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금융시장 개방 확대, 외국인 투자 유치, 국제 금융협력 강화 등을 통해 한국이 아시아 금융허브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합니다. 결국 글로벌 탈달러화는 한국에게 위기이자 기회이며,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전략적 접근이 요구되는 시점입니다.반응형'경제상식 소개'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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