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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F 연구보고서 「가상자산과 통화의 중간, 통화준거형 스테이블코인 규제방안」 핵심 정리경제상식 소개 2025. 9. 22. 08:51반응형
가상자산 시장은 지난 10여 년간 폭발적인 성장을 이어오며 전통 금융 질서와 디지털 경제의 경계를 허물어왔습니다. 특히 비트코인, 이더리움 같은 기존 암호화폐가 지나치게 높은 변동성을 보이면서 ‘화폐’보다는 ‘투자 자산’으로 자리 잡자, 시장은 자연스럽게 가치 안정성을 추구하는 새로운 형태의 가상자산을 요구하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등장한 것이 바로 스테이블코인이며, 그중에서도 통화준거형 스테이블코인은 달러·유로·엔화 등 법정통화의 가치를 직접 연동하여 투자자와 이용자에게 신뢰를 제공하는 모델로 급부상했습니다. 2024년 12월 기준 국내 원화거래소에서만 약 200억 달러(28.9조 원)에 달하는 거래가 이루어졌다는 사실은 이러한 흐름이 단순한 일시적 트렌드가 아니라, 글로벌 금융 질서의 구조적 변화를 예고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번 글에서는 한국금융연구원의 최신 연구보고서를 토대로 스테이블코인의 현황, 위험 요인, 주요국 규제 사례, 한국의 제도화 방향까지 종합적으로 다루며, 우리에게 필요한 전략적 시사점을 정리합니다.
1. 스테이블코인의 등장 배경과 필요성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폐는 초기에는 ‘정부의 간섭을 받지 않는 탈중앙화 화폐’라는 이상을 담고 있었지만, 지나친 가격 변동성으로 인해 화폐 본연의 기능을 수행하기 어려웠습니다. 실제 결제나 송금보다는 투자·투기의 수단으로 활용된 것입니다. 이러한 공백을 메우기 위해 등장한 것이 바로 스테이블코인입니다. 스테이블코인은 다양한 구조를 갖지만, 그중 통화준거형은 달러, 유로, 엔화 등 실제 통화 가치를 기준으로 발행되어 가치 안정성을 확보하려 합니다. 이들은 단순히 블록체인 생태계에서의 거래수단을 넘어서 국경 간 송금, 전자상거래 결제, 나아가 금융포용성 확대까지 실질적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국내 상황을 보더라도 2023년 12월 USDT가 원화거래소에 상장된 지 불과 1년 만에 거래 규모가 200억 달러를 넘어섰습니다. 이는 기존 암호화폐보다 투기적 수요가 낮음에도 결제·송금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강력한 효용성이 반영된 결과입니다. 다시 말해 스테이블코인은 단순한 가상자산을 넘어 ‘화폐에 가까운’ 성격을 갖게 되었고, 따라서 제도적 규율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습니다.2. 발행 및 유통 현황: 달러 중심의 시장
2025년 3월 기준 전 세계 스테이블코인 시장 규모는 약 2,373억 달러에 달하며, 이 중 무려 2,327억 달러가 통화준거형입니다. 그중에서도 미국 달러화에 연동된 스테이블코인이 전체의 99% 이상을 차지합니다. 이는 달러의 국제 기축통화 지위를 반영하는 동시에, 글로벌 금융 질서 속에서 스테이블코인이 달러 패권 강화의 도구로도 활용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USDT(테더)와 USDC(서클)이 있습니다. USDT는 준비자산의 투명성 부족 문제에도 불구하고 막대한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으며, 발행사는 규제 친화적인 국가로 본사를 이전해 사업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반면 USDC는 미국과 EU 규제를 동시에 준수하는 ‘이중 발행 체계’를 통해 신뢰를 높이고 있습니다. 특히 서클은 블랙록(BlackRock)과 협력해 미국 국채 등 안전자산을 중심으로 준비자산을 관리하면서 투명성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달러화 외 통화 기반 스테이블코인도 존재하지만 규모는 미미합니다. 예를 들어, 유로화 기반 EURC의 시가총액은 4억 달러 수준에 불과하고, 일본 엔화 기반 JPYC나 GYEN은 국내 규제를 충족하며 발행되지만 거래량이 제한적입니다. 위안화 기반 CNHT는 중국의 강력한 가상자산 규제에도 불구하고 발행되었지만 활성화되지 못했습니다. 한국 원화 기반 KRWO는 아직 실험 단계로 발행 구조조차 불투명합니다. 결국 시장은 여전히 달러 중심적이며, 이는 미국이 스테이블코인을 자국 금융 전략의 일환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3. 스테이블코인의 잠재적 위험 요인
스테이블코인이 제공하는 가치 안정성과 결제 편의성에도 불구하고, 여러 위험 요인이 존재합니다. 첫째, 금융시스템 리스크 전이 가능성입니다. 전통 금융기관이 가상자산을 수탁하거나 ETF를 발행하면서 양 시장 간 연계성이 높아졌고, FTX 파산 당시 전통 은행들이 직접적인 타격을 입은 사례에서 보듯, 스테이블코인 역시 금융 안정성을 위협할 수 있습니다.
둘째, 이용자 보호 취약성입니다. 스테이블코인의 신뢰는 발행인의 환급 능력에 달려 있습니다. 그러나 USDT처럼 준비자산 구성이 불투명하거나 비트코인·회사채·대출채권 등 위험자산을 포함하는 경우, 위기 상황에서 환급 불능 가능성이 큽니다. 더욱이 국내에서 거래되는 스테이블코인의 발행 주체가 모두 해외에 위치하기 때문에 국내 이용자가 발행인에게 환급을 요구하기도 어렵습니다.
셋째, 불법거래 악용 가능성입니다. 스테이블코인은 익명성과 국경 간 송금의 용이성으로 인해 자금세탁, 외환규제 회피, 무역대금 탈법 결제에 자주 활용됩니다. 실제로 2022년 이후 불법 가상자산 거래의 60% 이상이 통화준거형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이뤄졌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따라서 스테이블코인 확산은 금융 범죄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합니다.4. 주요국의 규제 정비 사례
스테이블코인의 급성장에 대응해 각국은 저마다 규제 체계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 EU: 2023년 제정된 MiCA(Markets in Crypto-Assets Regulation)는 단일통화 스테이블코인을 ‘이머니 토큰(EMT)’으로 규정하고 전자화폐 규제를 적용했습니다. 발행인은 은행이나 전자화폐 기관으로 한정되며, 자본금 요건과 준비금 보호, 상환의무가 강하게 부과됩니다.
- 일본: 자금결제법에 따라 스테이블코인을 ‘전자결제수단’으로 구분하고, 발행 적격을 은행·신탁회사·자금이동업자로 제한합니다. 또한 거래업자 등록제를 운영하며, 보유자 보호를 위한 장치를 강화했습니다.
- 영국: 2023년 금융서비스시장법을 통해 ‘디지털결제자산(DSA)’ 개념을 도입했으나, 아직 구체적 체계는 마련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국내 발행 스테이블코인과 역외 발행 스테이블코인을 구분해 별도 감독 기준을 마련 중입니다.
- 싱가포르: 지급서비스법(PSA)에 따라 스테이블코인을 디지털지급토큰으로 분류하고, 발행 규모에 따라 완화 규제(SPI)와 엄격 규제(MPI)를 차등 적용합니다.
- 미국: 2025년 7월 제정된 GENIUS Act는 ‘지급결제 스테이블코인’을 별도 정의하고, OCC·FRB·FDIC 등 감독기관을 지정했습니다. 또한 뉴욕주는 독자적으로 발행인의 준비자산을 매월 외부 감사받도록 하는 등 강력한 규제를 시행 중입니다.
이처럼 각국은 스테이블코인을 기존 전자화폐·결제제도와 연계해 관리하면서도, 가상자산 고유의 위험을 반영한 맞춤형 규제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5. 한국의 규제 방향과 쟁점
한국은 2020년 특정금융정보법 개정을 통해 AML 규제를, 2023년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을 통해 시장질서 규제를 도입했지만, 여전히 발행인 규제는 공백 상태입니다. 보고서는 한국이 ‘통화준거형 디지털자산’이라는 별도 개념을 도입해 전자지급수단 규제 체계를 적용할 것을 권고합니다. 즉, 전자화폐·선불전자지급수단에 적용되는 진입 요건과 영업행위 규제를 준용하고, 발행 절차와 불공정거래 규제는 가상자산법령을 적용하는 이원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또한 발행 적격을 금융회사나 허가받은 전자금융업자로 제한하고, 최소 자본금 50억 원 이상을 요구하는 방안도 논의됩니다. 발행인의 공시 의무, 준비자산 관리, 시장 불공정행위 금지 등도 핵심 요소입니다. 특히 환급 가능성 확보는 투자자 신뢰의 핵심으로, 원활한 환급 절차와 비용 구조를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합니다.6. 제도화의 실질적 과제
스테이블코인의 제도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환급가능성과 투명성입니다. 발행인이 보유한 준비자산이 무엇인지, 어떤 방식으로 관리되는지를 정기적으로 공시하고 외부 감사를 받게 하는 체계가 필요합니다. 이는 미국 NYDFS 사례처럼 매월 독립회계법인의 확인을 의무화하는 방식이 좋은 참고가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스테이블코인의 국경 간 거래 특성을 감안하면, 국내 규제만으로는 불충분합니다. 해외 발행 코인의 국내 거래를 관리하기 위해 감독당국 간 협력 체계를 강화하고, 글로벌 스탠다드와의 정합성을 확보해야 합니다. 나아가 외환거래법 개정을 통해 스테이블코인 거래 신고 의무를 도입하고, 김치프리미엄과 같은 불법 외환거래를 차단하는 장치도 필요합니다.7. 맺음말: 금융안정과 혁신의 균형
통화준거형 스테이블코인의 등장은 과거 자유은행시대(Free Banking Era) 은행권 발행과 자주 비교됩니다. 당시 은행권은 준비자산 부족과 발행인의 파산으로 신뢰 위기를 겪었는데, 이는 오늘날 스테이블코인의 위험 요인과 놀라울 만큼 유사합니다. 따라서 적절한 감독과 규제가 없다면 동일한 위기가 반복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스테이블코인을 단순히 위험 요소로만 볼 수는 없습니다. 신속하고 저렴한 국경 간 송금, 디지털 경제에서의 결제 편의성, 금융 접근성이 낮은 계층에 대한 포용 확대 등 긍정적 효과도 큽니다. 따라서 한국의 정책 방향은 혁신을 억제하지 않으면서도 금융안정을 담보하는 균형적 접근이어야 합니다. 제도적 기반을 갖춘다면, 스테이블코인은 미래 디지털 금융의 핵심 인프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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