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업연구원 발표 「위기 극복을 위한 자동차산업 발전 방안」 보고서 핵심 정리

 

한국 자동차산업은 지난 수십 년간 우리 경제를 이끌어온 대표적인 국가 주력산업입니다. 자동차 한 대가 생산되기 위해서는 수천 개의 부품이 필요하고, 이 과정에서 수많은 중소 협력업체들이 고용을 창출하며 지역 경제를 활성화시킵니다. 실제로 자동차산업은 고용, 수출, 부가가치 등 다양한 측면에서 국가 경제의 버팀목이 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최근 세계 자동차산업은 전기차와 자율주행차라는 거대한 기술 전환기를 맞고 있으며, 동시에 글로벌 보호무역주의의 확산과 중국 기업들의 급부상으로 경쟁 구도가 급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한국 자동차산업은 새로운 위기를 마주하고 있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산업 구조를 뛰어넘는 혁신적 전략과 체계적 지원이 필요합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의 분석을 토대로 한국 자동차산업의 현황을 살펴보고, 위기 극복을 위한 다양한 발전 방안을 구체적으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1. 한국 자동차산업의 현주소와 경제적 의의

자동차산업은 단순히 완성차 기업만의 영역이 아닙니다. 부품업체, 소재기업, 물류업체, 금융사, 연구개발 기관까지 수많은 이해관계자가 얽혀 있는 복합 생태계입니다. 2023년 기준 자동차산업은 제조업 고용의 11.4%를 담당하며 약 30만 명 이상의 직접 고용을 창출하고 있습니다. 생산액은 제조업의 14.5%, 부가가치는 12.1%를 차지해 국가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입니다. 또한 자동차 수출액은 933억 달러로 전체 수출의 13.6%를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최근의 상황은 녹록지 않습니다. 2024년 상반기 내수는 세제 감면 정책과 전기차 보급 확대 덕분에 전년 대비 3.5% 증가했으나, 미국의 자동차 관세 인상(25%)과 전기차 현지화 요구로 인해 수출은 3.8% 감소했고 생산도 1.6% 줄었습니다. 연간 전망 역시 내수는 1.5% 증가에 그치고, 수출은 4.8% 감소, 생산은 2.6% 감소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미국과 유럽의 보호무역 기조 강화는 우리 산업에 직접적인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중국이 전기차·자율주행차 분야에서 급성장하면서 경쟁 격차가 빠르게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는 한국 자동차산업이 더 이상 과거의 성장 모델에만 의존할 수 없음을 시사합니다.

2. 글로벌 경쟁 구도의 급변과 한국의 도전 과제

세계 자동차산업은 테슬라, BYD 같은 전기차 전문 기업과 IT 스타트업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습니다. 중국은 이미 전 세계 전기동력차 시장의 67%를 점유하며 세계 최대 전기차 생산국·수출국으로 부상했습니다. 100여 개 기업이 300개 이상의 전기차 모델을 출시하며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고, 글로벌 상위 10대 전기차 업체 중 6개가 중국 기업일 정도로 존재감이 막강합니다. 반면 한국은 2023년 전기차 판매량이 14만 7천대로 글로벌 6위를 기록했으나, 내수와 수출 모두 감소해 전년 대비 생산이 24.6% 줄었습니다.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3위 전기차 기업으로서 아이오닉 시리즈와 보급형 EV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지만, 중국의 저가 공세와 배터리 기술 격차는 여전히 위협적입니다. 게다가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 둔화, 이른바 ‘캐즘 현상’으로 인해 수요가 정체되고 있어 경쟁 환경은 더욱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결국 한국 자동차산업은 단순히 생산량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글로벌 시장에서 생존할 수 없으며, 차별화된 기술력과 전략적 시장 공략이 필수적입니다.

3. 자율주행과 수소차, 미래차 경쟁력의 시험대

자율주행차 분야는 글로벌 기술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습니다. 미국의 웨이모는 이미 1,500대의 로보택시를 상용 운행 중이고, 중국의 바이두는 10개 도시에서 로보택시 서비스를 운영하며 누적 주행거리에서 웨이모를 앞지르고 있습니다. 반면 한국은 2027년까지 레벨4 자율주행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으나, 규제 장벽과 핵심 인력 부족, 소프트웨어 생태계 미비 등으로 인해 미국·중국에 비해 뒤처진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자율주행 전문기업 앱티브와 합작해 모셔널을 설립하고, 아이오닉 5 기반 로보택시를 개발하면서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또한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체제로의 전환을 추진하며 자율주행 고도화를 꾀하고 있습니다. 수소차 분야에서는 현대차가 세계 최초 양산형 수소차를 출시하고, 승용차 넥쏘뿐 아니라 버스·트럭·특장차까지 라인업을 확장하며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다만 도요타와 중국 기업들의 추격이 거세기 때문에 지속적인 기술 투자와 글로벌 시장 전략이 중요합니다.

4. 산업 기반 강화와 정책적 지원의 필요성

위기 속에서 한국 자동차산업이 재도약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전략적 지원이 절실합니다. 보고서는 먼저 국내생산 기반 강화를 위해 노후차 교체 세제 감면 연장과 국내생산촉진세제 신설을 제안합니다. 또한 AI와 로봇 응용기술을 접목한 미래차 관련 시설투자 세액 공제 확대, 산업용 전기요금 특례 적용 등을 통해 기업들의 생산비용을 줄이고 투자 의지를 북돋을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한 정책들은 단기적으로는 기업의 부담을 완화하고, 장기적으로는 미래차 산업 생태계를 강화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입니다. 특히 AI 기반의 제조 혁신과 스마트팩토리 전환은 자동차산업을 단순한 조립 산업에서 첨단 기술 산업으로 격상시키는 핵심 동력이 될 수 있습니다.

5. 탄소중립 시대와 친환경차 확산 전략

기후변화 대응과 탄소중립 실현은 자동차산업의 또 다른 도전 과제입니다. 한국 정부는 2030년까지 무공해차 450만 대 보급 목표를 제시했지만, 최근 전기차 시장의 성장 둔화는 달성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합니다. 보조금 축소와 충전 인프라 부족, 소비자 인식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보고서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전기차 구매 보조금 확대, 충전요금 할인, 고속도로 버스전용차로 이용 허용 등 소비자 편익 제고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또한 수소 상용차 분야에서 한국이 기술 우위를 확보하고 있는 만큼, 수소화물차 보조금 전액 국비 지원, 대용량 수소충전소 확충, 이동형 충전소 보급 확대 등 맞춤형 지원 전략이 필요합니다. 이는 단순히 친환경차 보급 확대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의 선도적 입지를 공고히 하는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6. 통상환경 변화와 수출 다변화의 긴급성

미국의 관세 정책 변화는 한국 자동차산업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고 있습니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부품기업들의 32.5%가 수익성 악화를 겪고 있으며, 24.2%는 수출 물량 감소, 28.2%는 자금 부담 증가를 호소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긴급경영지원자금 확대와 신용도가 낮은 기업도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정책적 장치가 시급합니다.
동시에 한국 자동차산업은 수출 시장 다변화를 모색해야 합니다. 미국과 유럽 의존도를 줄이고 동남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등 신흥시장을 적극적으로 개척해야 합니다. 이는 단순히 리스크 회피 차원이 아니라, 향후 글로벌 자동차 수요의 중심이 이동할 가능성이 큰 지역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는 전략적 움직임이 될 것입니다.

7. 인력 양성과 산업 생태계의 지속가능성

자동차산업의 미래 경쟁력은 결국 사람에서 비롯됩니다. 보고서는 미래차 부품 R&D 지원 확대, 시제품 개발자금 지원, 스마트팩토리 고도화, 미래차 특화 인재 양성 프로그램 신설 등을 제안합니다. 특히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배터리, AI 알고리즘 등 핵심 분야는 인재 부족이 심각하기 때문에 정부와 민간이 협력한 체계적인 교육·훈련 시스템 구축이 시급합니다.
자동차산업은 단순한 제조업이 아니라 국가 경제와 사회 전반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큰 산업입니다. 따라서 위기를 극복하고 기회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기업 단독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정부의 제도적 뒷받침, 학계의 연구, 소비자의 수용성 제고가 함께 이뤄져야 합니다. 지금이야말로 민관 협력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입니다.

8. 마무리

한국 자동차산업은 내연기관 강국이라는 과거의 영광에서 벗어나, 미래차 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 속에서 생존과 도약을 동시에 추구해야 하는 전환기에 서 있습니다. 전기차·자율주행차·수소차라는 3대 축을 중심으로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고, 글로벌 통상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며, 인재를 양성하고 산업 생태계를 재편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