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본시장연구원 「자산주 저평가 해소를 위한 개선 과제」 보고서 핵심 정리경제상식 소개 2025. 9. 17. 17:43반응형
한국 자본시장에서 꾸준히 논의되어 온 주제 중 하나는 바로 ‘자산주(資産株) 저평가 문제’입니다. 자산주는 기업이 보유한 알짜 자산을 시장이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고, 심지어 청산가치에도 못 미치는 시가총액을 기록하는 기업을 지칭합니다. 해외 선진 자본시장에서는 금융위기나 경기침체 같은 극단적 상황에서만 제한적으로 관찰되는 현상이지만, 한국 시장에서는 구조적이고 만성적으로 나타난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습니다. 오늘은 자본시장연구원 이상호 연구위원의 「자산주 저평가 해소를 위한 개선 과제」 보고서를 토대로, 자산주의 정의와 현황, 만성적 저평가의 원인, 그리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적·제도적 개선 과제를 일곱 가지 주제로 나누어 심층적으로 다뤄 보겠습니다.
1. 자산주의 개념과 한국 시장에서의 인식
자산주는 기본적으로 “보통주 시가총액이 보수적으로 산정한 청산가치에도 미치지 못하는 기업”을 의미합니다. 청산가치는 기업을 해체했을 때 자산 매각을 통해 회수할 수 있는 가치를 뜻하는데, 시가총액이 이보다 낮다는 것은 투자자들이 기업을 존속시키는 것보다 해체하는 편이 더 낫다고 평가한다는 뜻입니다. 실제로 2025년 6월 말 기준, 한국 상장사의 약 12%가 자산주로 분류됩니다. 이들의 청산가치 배율은 평균 1.62배로, 단순 계산만으로도 청산 시 최소 62%의 추가 수익이 가능하다는 점이 드러납니다.
하지만 이러한 수치는 이론적인 의미를 넘어, 자본시장 구조적 문제를 함축합니다. 미국이나 유럽 시장에서는 대공황, 글로벌 금융위기 같은 위기기에만 간헐적으로 나타나던 현상이 한국에서는 일상적인 시장 풍경의 일부처럼 자리 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투자자들이 “왜 한국에서는 알짜 자산을 가진 기업조차 시장에서 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또한 개인 차원에서 자산을 보유하면 ‘자산가’로 불리며 부와 성공의 상징이 되지만, 기업 차원에서 자산을 보유하면 시장에서 오히려 저평가되는 이중적 현상은 한국 사회의 투자 문화와 제도적 한계를 동시에 드러냅니다.2. 한국 자본시장에서 자산주의 현황과 특징
보고서에 따르면 자산주는 평가 기준에 따라 3.3%에서 최대 11%까지 비중이 달라집니다. 이는 비유동자산과 재고자산을 거의 인정하지 않는 가장 보수적 산정 방식부터, 토지와 일부 유형자산 가치를 일정 부분 반영하는 방식까지 세 단계 기준에 따른 결과입니다. 그럼에도 공통적으로 약 12% 내외의 기업이 자산주 범주에 포함된다는 점은 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확인시켜 줍니다.
더욱 주목할 점은 최근 2년간 코스피 지수가 약 20% 가까이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산주 비중은 줄지 않고 오히려 확대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단순히 경기 사이클이나 일시적 충격으로 설명하기 어렵고, 한국 증시 전반에 자리한 만성적 저평가 구조를 반영합니다. 실제로 합산 재무상태표를 작성해 보면 토지가 총자산의 20%를 차지하는데, 이는 대부분 역사적 원가로 계상되어 있어 시장 가치와 큰 차이를 보입니다. 예컨대 기업이 보유한 토지가 수십 년 전에 취득한 원가로 장부에 기록되어 있다면, 현재의 시장 가치는 장부가액의 수 배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회계상 반영되지 않아 시장 평가 역시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더 나아가 재고를 전액 손상 처리하고 유형자산의 절반을 제외하는 보수적 방식으로 계산해도 청산가치가 시가총액보다 45%나 높다는 사실은, 자산주가 얼마나 과도하게 할인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줍니다.3. 자산주 저평가의 주요 원인
자산주 현상을 단순히 “시장의 무관심”으로 치부하기에는 그 뿌리가 깊습니다. 가장 큰 원인은 구조적 제약입니다. 최근 5년간 자산주의 총 주주수익률은 투자자의 기대수익률에 크게 못 미쳤으며, 무려 82%의 자산주가 장기간 요구수익률을 달성하지 못했습니다. 이는 단순히 경영진의 무능이나 일시적 실적 부진 때문이 아니라, 시장의 규율 기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음을 드러냅니다.
그 배경에는 한국 기업 지배구조의 특성이 있습니다. 자산주 기업 상당수는 대주주의 지분율이 과도하게 높아, M&A 압력이나 외부 주주행동주의가 거의 작동하지 못합니다. 예컨대 해외에서는 기업이 과도하게 저평가되면 행동주의 펀드나 사모펀드가 경영권 분쟁을 일으켜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사례가 많습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대주주가 절반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경우가 70%를 넘어서 이러한 시장 압력이 차단됩니다. 결과적으로 시장은 저평가를 알면서도 이를 해소할 수단이 제한되고, 투자자들은 장기적으로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구조에 갇히게 됩니다.4. 대주주 집중도와 유동성 부족의 문제
한국 자본시장의 자산주 문제를 더욱 심화시키는 요인은 유동주식 비율의 부족입니다. 즉, 실제로 시장에서 거래 가능한 주식이 적어 외부 투자자의 영향력이 제한되는 것입니다. 많은 기업에서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자, 자기 주식, 보호예수, 정부 지분 등을 합치면 전체 발행주식의 절반 이상이 묶여 있어, 일반 투자자와 기관투자가가 매입·매도할 수 있는 물량이 극히 적습니다.
이는 두 가지 문제로 이어집니다. 첫째, 시장가격이 형성되는 과정이 왜곡됩니다. 거래 가능한 물량이 적으면 일부 단기 투자자의 움직임만으로도 가격이 크게 흔들리며, 장기적 가치와 무관하게 주가가 저평가된 수준에 고착될 수 있습니다. 둘째, 해외 기관투자가나 대형 연기금 같은 장기 자본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어렵습니다. 이들은 일정 규모 이상의 거래량과 유동성을 요구하지만, 자산주는 이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투자 대상에서 배제됩니다. 결국 시장 외부의 건전한 압력이 차단되고, 저평가는 더욱 고착화됩니다. 이러한 악순환은 대주주 중심 지배구조와 맞물려 자산주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게 만드는 핵심적 장벽으로 작용합니다.5. 제도적 개선 과제: 유동 시가총액 기준 도입
자산주의 구조적 저평가를 해소하려면 제도적 보완이 필수적입니다. 첫 번째 과제로는 상장유지 및 퇴출 제도에 유동 시가총액(free-float market cap) 기준을 도입하는 방안이 제시됩니다. 현재는 발행주식 총수를 기준으로 상장요건이 정해져 있어 대주주 지분이 과도하게 집중되더라도 상장 유지가 가능합니다. 하지만 유동 시가총액 기준을 도입하면 일정 비율 이상의 주식이 반드시 시장에서 자유롭게 거래되어야 하며, 이를 충족하지 못하면 지분 분산이나 자사주 소각 등을 통해 개선해야 합니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기업은 단순히 상장 명분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일정 수준 이상의 유통주식을 확보해야 하고, 이는 곧 유동성 개선으로 이어집니다. 다만 이 과정에서 기업이 상장폐지 절차에 들어갈 경우 일반 투자자들이 청산가치보다 낮은 가격에서 정리매매를 당하는 피해를 입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공개매수 의무화 같은 보호장치가 함께 마련되어야 합니다. 이는 단순한 규제가 아니라, 시장 참여자 모두의 신뢰를 확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망이 될 것입니다.6. 세제 개편과 투자 문화 개선의 필요성
두 번째 과제는 세제 개편입니다. 현행 세법은 일정 지분율 이상 보유한 개인을 ‘대주주’로 간주하여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는데, 이는 오히려 장기투자보다는 단기 차익 실현을 부추기는 결과를 낳습니다. 예컨대 상반기에 주가가 상승하면 세금을 피하려는 매물이 하반기에 쏟아져 나와 시장 불안을 키우고, 이는 다시 자산주의 저평가를 심화시킵니다. 따라서 장기보유를 장려하는 세제 개편이 필요합니다.
구체적으로는 배당소득에 대한 분리과세 확대, 장기보유 주식에 대한 양도세 감면, 혹은 최소한 장기보유와 단기보유 간 차등 과세를 강화하는 방식이 고려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투자자들은 단기 매매차익이 아니라 기업의 장기적 가치와 현금흐름에 집중하게 되고, 이는 곧 시장 전반의 투자 문화 변화를 촉진합니다. 특히 연기금과 장기 자본이 적극적으로 관여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 자산주의 구조적 문제 해소에 결정적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7. 코리아 프리미엄 시대의 자산주 재정의
궁극적으로 한국 자본시장의 자산주는 단순히 “청산가치에도 못 미치는 기업”이라는 부정적 꼬리표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앞으로의 자산주는 보유한 자산에서 창출되는 현금흐름을 투자자와 주주의 현금흐름으로 연결하는 신뢰 기반 기업으로 변모해야 합니다. 즉, 투자자가 안심하고 장기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기업이 되어야 하며, 이를 통해 시장에서 프리미엄을 인정받아야 합니다.
이는 단순히 일부 대형주에서만 나타나는 변화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시장 전반, 특히 자산주 영역의 체질 개선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그렇게 될 때 진정한 의미의 ‘코리아 프리미엄’이 실현될 수 있습니다. 앞으로의 투자자는 부동산이 아닌 자산주를 새로운 부의 원천으로 인식하고, 이를 포트폴리오의 기준점으로 삼을 것입니다. 궁극적으로 코리아 프리미엄 시대의 선망받는 자산가는 고정된 부동산 소유자가 아니라, 변화한 자산주에 장기적으로 투자하여 안정적 수익과 사회적 신뢰를 함께 창출하는 투자자가 될 것입니다.반응형'경제상식 소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국, 중국과의 AI 리더십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행동 계획 발표 (1) 2025.09.16 한국산업연구원 발표 「위기 극복을 위한 자동차산업 발전 방안」 보고서 핵심 정리 (0) 2025.09.15 우리금융경영연구소 발표 「9월 금융시장 브리프」 핵심 정리 (0) 2025.09.12 한국무역협회 보고서 「트럼프 행정부 통상조치에 대한 미국 입법·사법적 견제 동향」 핵심 정리 (0) 2025.09.11 한국에너지경제연구원 보고서 「트럼프 2기 관세정책이 에너지부문에 미치는 영향」 핵심 정리 (0) 2025.09.10 한국개발연구원(KDI) 보고서 「재생에너지 확대에 대응한 전력도매시장 구조 개선 방향」 핵심 정리 (0) 2025.09.05 산업연구원(KIET) 보고서 「한국 배터리산업의 위기 진단과 극복 전략」 핵심 정리 (1) 2025.09.04 현대경제연구원 보고서 「잠재성장률 3% 달성의 걸림돌과 극복 방안」 핵심정리 (1) 2025.0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