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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은 왜 분리되어야 하는가? - 금융 심화 ①금융이론 2025. 3. 16. 10:39반응형
이번 편부터는 금융이론을 기초로 한 단계 심화된 논의를 하고자 한다. 금융산업은 경제에 매우 중요하므로 많은 규제와 보호장치를 갖고 있다. 또한 금융산업은 일반적인 산업과 다른 특수성이 있기 때문에 제한적인 경쟁구도가 생성되고 다른 산업과 혼합되는 것에 대한 문제점도 존재한다.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은 분리되어야 하는가? 아니면 결합되어도 괜찮은가? '금산분리 원칙?' 이번 편에서의 그 논의의 배경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1.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
우리가 흔히 말하는 '금산분리'는 금융(은행, 증권, 보험업 등)과 산업(일반적인 제조업, 유통업, IT산업 등)을 분리해서 운영하자는 것이다. 이 제도의 핵심은 산업자본이 금융기관을 소유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것이고 이는 대기업이 은행을 그들의 '사금고'처럼 운영하는 것을 방지하고, 금융시장과 산업의 독립성을 유지하는데 있다. 만약 대기업이 은행을 소유·지배하게 되면 대기업 계열사에 불법적으로든 합법적으로든 은행자본을 그들의 지배하에 자금을 지원하게 할 수 있다. 은행자본은 쉽게 말해 주인이 없다. 수많은 예금자들의 예치로 이루어지는데 대기업이 은행지분을 소유하게 되어 지배권을 행사한다면 주인들의 허락 없이 그들의 금고로 활용될 수 있다. 또한 금융과 산업이 결합되면 대기업의 시장 지배력은 자금의 무한한 공급으로 강해질 수 있어 금융당국은 기업과 은행을 동시에 관리·감독하기 어려울 것이다. 산업자본이 금융산업을 지배하게 되면 은행경영의 독립성이 저하되어 계열사 대출과 내부거래가 늘어날 수 있다. 특히 계열회사에 대한 대출심사는 느슨하게 할 여지가 있고 이로 인해 대출이 부실화될 가능성이 크다. 계열회사의 부실은 곧 은행의 부실로 연결되고 이는 전체 금융시스템의 불안으로 번질 수 있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보다 강한 수준으로 금산분리 정책을 유지하여 오고 있다. 해외에서는 '은산분리(은행과 산업의 분리)'를 강조하는데 비해 한국은 증권·보험·카드 등 금융 전체를 산업과 분리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2. 금산분리 완화의 필요성
산업자본과 은행 간의 자본 결합을 통해 금융산업과 산업의 발전을 동시에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특히 우리나라는 금융업이 선진국에 비해 그 규모면이나 경쟁력 측면에서 뒤떨어지고 있는데 세계적인 금융허브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대기업의 금융산업 진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IMF외환위기 이후로 대기업들은 부채비율을 낮추고 대규모 투자보다는 안정적인 산업에만 집중하고 있으며, 사내유보금을 쌓아두고 있으니 이 남아도는 자본을 활용해야 한다는 논리다. 또한 선진국에서는 산업자본이 금융업에 진출하는 사례도 많이 볼 수 있는데 일본의 소니은행, 미국의 GE, 영국의 테스코가 그 사례다. GE는 GE Capital을 통해 소비자 금융과 기업대출을 활용하고, 소니는 인터넷 전문은행을 운영하고 있으며, 영국의 테스코는 자체 은행을 운영하여 금융과 유통을 결합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은행과 산업자본의 결합은 인력, 설비 등을 공동으로 이용하여 생산비용을 절감하고 산업부문의 경기불황을 상대적으로 경기변동의 영향을 적게 받는 은행수익으로 위험분산효과를 누릴 수 있다. 또한 은행자본 확충이 용이해져 은행경영의 안정성이 제고되어 은행의 대형화를 도모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은행의 고객인 기업에 대한 정보의 공유와 교류가 활발해져 정보의 비대칭성 문제가 완화되고 이로 인한 감시비용 절감, 신용할당이나 과소투자의 가능성이 감소하는 등 금산분리 완화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점들도 존재한다.
3. 금산분리 완화의 방향
우리나라는 금융자본과 산업자본 간 규제 완화를 단계적으로 추진 중에 있다. 기존의 금산분리 원칙 하에 금융회사의 비금융업 진출 허용, 소유 지분 한도 상향, 위험 관리 체계 강화를 통해 금융산업의 디지털 전환과 산업 융합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개선하고 있다.
(1) 비금융업 진출 범위 확대
건설업·제조업 등 일부 업종을 제외하고 비금융업 진출을 허용하는 방안을 논의 중에 있다. 만약 이렇게 되면 은행은 IT기업과의 디지털 연계사업을 통해 온오프 영업망 확대를 꾀할 수 있게 된다. 일본의 소니뱅크처럼 은행은 IT기업과 시너지가 클 것으로 보이는데 다양한 산업과의 이종결합을 통해 금융소비자들에게 더 많은 서비스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2) 소유지분 한도 상향
금융회사의 비금융 자회사 지분 보유 한도를 현재는 15%로 두고 있는데 이를 100%로 상향하는 방향으로 논의 중에 있다. 이를 통해 은행이 배달앱이나 알뜰폰 사업 등 은행 플랫폼을 활용한 온라인 사업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것이다. 또한 은행지주회사가 은행의 자회사가 아닌 다른 회사의 주식을 5%까지 소유할 수 있도록 규정을 개선하고 있다. 종전에는 은행지주회사는 은행의 자회사인 경우에만 주식을 소유할 수 있었는데 앞으로는 다른 회사의 주식을 소유하여 업무 파트너십이 강화될 예정이다.
(3) 위험관리 체계 강화
금융회사가 특정 기업에 과도한 자금을 지원하지 않도록 총량을 제한할 예정이다. 금융회사가 산업자본의 지분을 소유할 수 있어 무부분별하게 확장하는 것은 금융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 이를 위해 총량을 규제하여 특정회사에 대한 대출이 과도하게 집중되지 않도록 유도할 것이다. 또한 금융회사가 자회사를 통해 자본 시장 규제를 우회하는 것을 방지하고 계열사 거래 내역 공시 의무를 확대하여 시장투명성을 높이고자 한다. 또한 대출 등 핵심업무도 제3자에게 위탁할 수 있도록 자본시장법을 개정하여 핀테크 기업과의 협업을 촉진하여 금융산업의 디지털화를 촉진시킬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조치들은 금융-산업 간 발전을 유도하기 위해 시행하지만 금산분리 원칙의 근본을 훼손할 수 있기 때문에 제도 운용의 투명성 강화가 필요하고 단계적으로 그 부작용들을 치유하면서 시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위와 같은 금산분리 완화 방안을 2022년 11월 금융규제혁신회의에서 논의해 왔고, 2025년까지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을 거쳐 2025년 하반기부터 단계적으로 시행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음 편에서는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해서 심층적으로 논의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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