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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연구원(KIET) 보고서 「한국 배터리산업의 위기 진단과 극복 전략」 핵심 정리경제상식 소개 2025. 9. 4. 07:34반응형
전 세계 전기차 산업은 에너지 전환과 탄소중립이라는 시대적 요구에 따라 빠르게 성장해 왔습니다. 한국 배터리산업 역시 이러한 흐름 속에서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며 “K-배터리 신화”라는 이름으로 주목받았습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상황은 크게 달라지고 있습니다. 유럽의 보조금 정책 축소, 중국 기업의 저가 공세, 그리고 미국의 OBBBA(감세법) 제정 등 대내외 환경이 급격히 변하면서 우리 산업은 복합적인 위기에 직면했습니다. 이제 한국 배터리산업은 단순히 기술 우위만으로는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려운 현실에 놓여 있으며, 정책 환경 변화와 공급망 재편 속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하는 시점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산업연구원(KIET)의 심층 분석을 바탕으로 한국 배터리산업의 위기 원인을 면밀히 살펴보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극복 전략을 알아보겠습니다.
1. 글로벌 전기차 시장과 ‘캐즘’ 현상
세계 전기차 시장은 판매량 측면에서는 꾸준히 증가했지만, 성장률은 둔화되며 구조적인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2021년 글로벌 전기차 판매는 660만 대였으나, 2024년에는 1,750만 대로 세 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성장률은 122%에서 27%로 급격히 떨어졌습니다. 이는 전기차 산업이 초기 확산 단계를 지나 대중화로 넘어가기 직전의 ‘캐즘(Chasm)’ 국면에 들어섰음을 시사합니다. 소비자들은 여전히 전기차 가격을 내연기관차 대비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충전 인프라 부족·배터리 주행거리 제약 등 현실적인 불편함도 완전한 대중화를 지연시키고 있습니다. 특히 유럽에서는 보조금 축소와 정책 변화가 겹치며 2023년 45.5%였던 성장률이 불과 1년 만에 -6.3%로 추락했습니다. 이런 흐름은 단순한 경기순환이 아니라 전기차 수요 구조의 변화를 반영하며, 배터리산업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2. 유럽 보조금 축소와 한국의 점유율 하락
유럽은 전기차 산업의 초기 성장을 정부 보조금에 크게 의존해 왔습니다. 독일은 2023년 말 보조금을 폐지하자 2024년 전기차 판매가 27.4%나 감소했고, 스웨덴도 15.9% 줄었습니다. 반면 보조금 제도를 유지한 네덜란드와 벨기에는 각각 15.6%, 36.9%의 성장세를 이어갔습니다. 이러한 차이는 보조금 정책의 지속 여부가 전기차 수요를 결정짓는 핵심 요인임을 잘 보여줍니다. 문제는 이런 수요 위축 국면에서 한국 배터리 기업의 시장 지위가 약화되었다는 점입니다. 2022년 EU에서 한국 배터리 기업의 점유율은 63%로 과반을 차지했지만, 2024년에는 48%로 떨어졌습니다. 같은 기간 중국은 34%에서 48%로 한국과 사실상 동등한 위치에 올라섰습니다. 이는 고성능 삼원계 배터리에 집중해 온 한국이 보조금 축소 이후 가격 경쟁력이 더 중요한 요소가 된 시장에서 불리해졌음을 의미합니다. 저가형 LFP 배터리로 공세를 펼친 중국 기업이 수혜를 입은 것입니다. 결국 유럽 사례는 한국 배터리산업이 고가·고성능 중심 전략만으로는 장기적인 경쟁우위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경고를 던져주고 있습니다.
3. 미국 OBBBA 통과와 정책 변화
2025년 7월 미국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OBBBA(The One, Big and Beautiful Bill Act)는 한국 배터리산업의 미래에 중대한 전환점을 만들어냈습니다. 핵심은 전기차 구매세액공제(IRA Section 30D) 폐지와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Section 45X)의 유지·강화입니다. 기존에는 소비자가 전기차를 구매할 때 최대 7,500달러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었고, 이는 미국 전기차 보급 확대의 핵심 동력이었습니다. 그러나 OBBBA 통과로 이 제도가 2025년 9월 말 종료되며, 전기차 판매 둔화가 불가피하게 되었습니다. 반면 AMPC는 유지되지만 2027년부터 중국 기업을 비롯한 금지외국기관(PFE)과의 거래가 제한되는 공급망 규제가 도입됩니다. 즉, 한국 기업은 단기적으로는 EV 수요 감소라는 악재를, 중장기적으로는 중국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할 기회를 동시에 맞이하게 된 것입니다.
4. 한국 배터리산업의 직접적 영향
한국 기업들은 미국을 차세대 성장 거점으로 삼고 있습니다. 미국 전기차 침투율은 9%로, 중국(53%)과 유럽(28%)에 비해 현저히 낮습니다. 이는 현재로서는 보급률이 낮다는 의미지만, 반대로 향후 폭발적인 성장 잠재력이 있음을 뜻합니다. 이를 선점하기 위해 한국 배터리 기업들은 미국 7개 주에 14개 공장을 건설하며 580GWh 규모의 투자를 진행 중입니다. 그러나 전기차 구매세액공제 폐지는 이러한 투자 전망에 불확실성을 불어넣습니다. 소비자 구매력이 약화되면 배터리 판매량은 줄어들고, 동시에 생산에 비례해 지급되는 AMPC 혜택 규모도 축소될 수밖에 없습니다. 더 나아가 유럽에서와 같은 점유율 하락 가능성도 우려되지만, OBBBA의 PFE 규정과 고율 관세 부과 가능성 때문에 중국산 배터리가 미국에서 동일한 방식으로 시장을 잠식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결국 한국 기업들은 매출과 영업이익 측면에서 단기적인 타격을 피하기 어렵지만, 공급망 우위를 활용해 미국 시장에서 중장기적 기회를 찾을 수 있는 복합적인 국면에 놓여 있습니다.
5. 새로운 성장 동력: 군사용 드론과 휴머노이드
보고서는 한국 배터리산업이 단순히 전기차 시장 회복만을 기다려서는 안 되며, 새로운 수요처를 개척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대표적인 분야가 군사용 드론과 휴머노이드 로봇입니다. 군사용 드론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분쟁 등 최근 전장에서 게임 체인저로 부상하며 글로벌 방위산업의 핵심 무기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드론의 가장 큰 기술적 한계는 체공시간과 소음인데, 이는 배터리 성능 개선과 직결됩니다. 따라서 고성능·고밀도 배터리 기술을 보유한 한국 기업은 새로운 시장을 선도할 기회를 가질 수 있습니다. 휴머노이드 로봇 역시 AI 발전과 고령화 문제, 생산가능인구 감소로 인해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전망입니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2035년 시장 규모를 수백억 달러에서 수십조 달러까지 전망하고 있으며, 배터리 기술은 휴머노이드 산업화의 핵심 과제로 지목됩니다. 한국 기업들이 미국과의 협력을 확대하고 성능 중심의 배터리 개발에 나선다면, 이들 신산업에서 새로운 ‘K-배터리 신화’를 다시 쓸 수 있을 것입니다.
6. OBBBA 이후 미국 내 기회 요인: ESS와 소재 산업
OBBBA는 전기차 세액공제 폐지라는 악재를 안겨주었지만, 동시에 에너지저장장치(ESS)와 배터리 소재 산업에는 새로운 기회를 제공했습니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확대되면서 전력 공급의 간헐성을 해결할 ESS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으며, 미국은 2030년까지 ESS 비용을 90% 절감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습니다. 이미 캘리포니아·뉴욕 등 주요 주에서는 유틸리티 기업에 ESS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AMPC 공급망 규제로 인해 중국산 소재 의존도가 낮아져야만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게 되면서, 한국 소재 기업에게는 미국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가 열렸습니다. 이는 단순히 수출 기회 확대에 그치지 않고, 한국 기업들이 탈 중국 공급망을 구축하고 원천 기술력을 강화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입니다. 특히 2026년부터 2030년까지 매년 규제가 강화되는 구조이므로, 준비된 기업이라면 단계적으로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습니다.
7. 한국 배터리산업의 미래 전략
앞으로 한국 배터리산업이 나아가야 할 길은 분명합니다. 단기적으로는 전기차 캐즘과 보조금 축소라는 외부 충격 속에서 기술 혁신과 가격 경쟁력을 동시에 강화해야 합니다. 중장기적으로는 군사용 드론, 휴머노이드, ESS 같은 신수요 분야를 적극 공략해 성장의 새로운 축을 마련해야 합니다. 특히 OBBBA 이후 강화된 공급망 규제를 활용해 중국과 차별화된 경쟁우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배터리 셀 제조사뿐 아니라 소재·부품·장비 기업이 함께 글로벌 밸류체인을 재편하고, 정부 차원의 지원과 정책 조율도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위기는 언제나 새로운 기회의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한국 배터리산업이 이번 도전을 단순한 생존이 아니라 산업 구조 고도화와 세계 시장 재도약의 계기로 삼는다면, “K-배터리”는 여전히 세계 무대에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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