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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미래연구원의 「한국 경제·산업정책의 변천과정 연구」 보고서 핵심 정리경제상식 소개 2025. 8. 11. 08:55반응형
대한민국의 경제·산업정책은 지난 60여 년 동안 세계 경제·무역질서의 변화와 국내 산업구조 재편 속에서 끊임없이 변모해 왔습니다. 1960년대 발전국가 시절의 압축 성장, 1990년대 세계화와 시장화로의 구조 전환, 그리고 2020년대 기술패권 경쟁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라는 복합 위기까지, 이 과정은 단순한 과거 회고를 넘어, 앞으로의 국가 전략을 설계하는 나침반 역할을 합니다. 이번 글은 국회미래연구원의 「한국 경제·산업정책의 변천과정 연구」 보고서를 바탕으로, 시대별 산업정책의 흐름과 전환 요인을 심층 분석하고, 향후 우리가 나아가야 할 새로운 정책 패러다임과 전략 과제를 구체적으로 제시합니다.
1. 서론 – 왜 지금 산업정책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한가
대한민국은 1960년대 이후 ‘제조업 수출 주도 성장’이라는 명확한 전략을 기반으로 경제를 발전시켜 왔습니다. 특히 조선, 반도체, 자동차, 석유화학 등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하며 2021년에는 UNCTAD가 인정한 선진국 반열에 올랐습니다. 2022년 기준 세계 제조업 생산 비중은 2.6%로 6위를 차지하며, GDP 대비 무역의존도는 69.3%에 달했습니다. 그러나 2020년대 들어 성장세 둔화가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GDP 성장률은 1%대에 머물고, 전 산업 생산 증가율도 하락세로 접어들었습니다. 특히 반도체, 배터리, 석유화학, 철강과 같은 주력 산업은 중국의 기술 추격과 공급과잉, 국제 수요 둔화로 수익성이 급감했습니다. 예를 들어, 석유화학 업계 ‘빅 4’의 영업이익은 2021년 9조 720억 원에서 2024년 3분기 –5,012억 원으로 추락했습니다. 여기에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 전환, AI 혁명, 미·중 기술패권 경쟁,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한국 경제의 대응 복잡성은 과거 어느 시기보다 높아졌습니다. 기존의 발전국가형 정책이나 단순 시장친화형 지원만으로는 이 다층적 도전에 대응하기 어렵습니다. 이제 산업정책은 '경제안보·기술주권·산업 회복력 확보를 위한 전략적 개입'으로 재정의되어야 합니다.
2. 1960~1980년대 – 발전국가형 산업화 전략
이 시기는 절대적 자본·기술 부족을 극복하기 위해 정부가 경제개발의 주체로 나서 중앙집중형 계획경제를 운영했던 전형적인 발전국가 시기입니다.
2.1 세계 경제질서 배경
- 브레튼우즈 체제 붕괴(1971) : 변동환율제 전환으로 환율 변동성이 커졌으나, 한국은 환율제도 개혁과 외환 배분 전략으로 수출경쟁력을 확보했습니다.
- GATT 체제 기반 자유무역 확산 : 1947년 출범한 GATT 다자통상체제가 관세 인하와 시장 개방을 촉진하며, 한국의 수출지향형 산업화에 우호적 환경을 제공했습니다.
- 1·2차 오일쇼크(1973, 1979) : 원유 가격 폭등으로 에너지 효율화와 산업 구조 다변화 필요성이 부각되었습니다.
2.2 정책 특징과 수단
- 거시경제·무역 기반 형성 : 수출금융·보험제도 운용, 외자 유치, 대규모 차관 활용, 관치금융체제 구축
- 기반 조성·공공투자 : 산업단지 조성, 항만·도로 등 물리적 인프라 확충, 에너지 공급 다변화
- 기술·산업역량 강화 : 전략적 외자·기술 도입, 중화학공업 집중 지원, 기술 내재화 촉진
- 인재양성·제도기반 : 기능인력 양성, 이공계 교육 확대, 경제기획원 중심 거버넌스
2.3 성과와 한계
이 시기 한국은 1인당 국민소득을 단기간에 높이며 ‘한강의 기적’을 이루었습니다. 그러나 대기업 중심 구조, 정치화된 자원배분, 민간 자율성 제약 등 구조적 병목을 내재화해 향후 개혁의 부담이 커졌습니다.
3. 1990~2010년대 – 시장 중심 전환기와 세계화의 파도
세계화와 시장화가 확산되며, 산업정책은 점차 정부 직접 개입에서 시장친화형 간접지원 체계로 전환되었습니다.
3.1 세계 경제질서 변화
- WTO 체제 출범(1995) : 무역자유화 심화와 글로벌 가치사슬 확산
- IMF 외환위기(1997) : 구조조정과 금융·자본시장 자유화 압박
- 글로벌 금융위기(2008) : 정부 개입 필요성이 재부상
3.2 정책 특징과 수단
- 거시경제·무역 기반: 자본·금융시장 자유화, 자율 경쟁 기반 확립, 공공부문 구조개혁
- 기반 조성: 정보통신망 확충, 전자거래 기반 구축, 산업기술 클러스터 조성
- 기술·산업역량 강화: 중소·벤처기업 지원, 기업 구조조정, 규제개혁
- 인재양성·제도기반: 산학연 협력 확대, 전문인력 양성, 분권형 거버넌스
3.3 성과와 한계
이 시기 한국은 정보화·글로벌화를 촉진했으나, 선별적 정부 개입이 잔존하며 정책 파편화와 거버넌스 약화가 병행되었습니다. 이 구조적 유산은 2020년대에도 이어집니다.
4. 2020년대 이후 – 기술패권 경쟁기 속 산업정책 재정립
AI·반도체·배터리·바이오 등 전략기술이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시대, 산업정책은 새로운 역할이 요구됩니다.
4.1 당면 과제
- 산업–재정–금융–통상–외교 간 전략 연계 부재
- AI·반도체·바이오 등 고위험 산업 실증 인프라 부족
- 전략기술 직접지원·제조기반 연계 미흡
- 고급 이공계 인재 기반 붕괴
4.2 대응 방향
- 거시정책과 산업정책의 정합성 강화, 미션 기반 자본 배분체계
- 전략산업 테스트베드·공공조달을 통한 초기 수요 창출
- 기술–제조–시장 통합형 산업플랫폼 구축
- 생애주기 기반 인재양성 및 산업 수요맞춤형 인력정책
5. 4대 전략 축별 패러다임 전환 과제
5.1 거시·무역 기반
- As-Is: 현재의 거시경제와 무역정책은 여전히 부처별 분절성이 강합니다. 산업정책과 재정정책, 통상정책이 별개로 설계·집행되면서 전략산업 육성에 필요한 종합적 자본배분과 글로벌 협상력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정책금융이 여전히 단기성과 중심으로 운용되어 장기·모험투자 성격의 지원이 부족합니다.
- To-Be: 국가 전체의 거시지표와 산업경쟁력을 함께 고려한 통합적 정책 패키지로 전환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산업–통상–외교 연계 거버넌스’를 강화하고, 전략산업(반도체·배터리·첨단소재 등)에 대해서는 거시·금융·외교를 결합한 지원체계를 마련해야 합니다. 또한 정책금융은 단순 보전이나 단기 대출이 아니라 성장단계별 맞춤형 자본투입으로 개편되어야 합니다.
5.2 기반 조성·공공투자
- As-Is: 지금까지의 기반 투자는 공급자(정부·기관) 중심의 단발성 프로젝트가 많았습니다. 그 결과, 개별 시설이나 사업이 산발적으로 흩어져 집적효과와 네트워크 효과를 만들지 못했습니다.
- To-Be: 기업과 연구기관이 바로 활용 가능한 집적형 테스트베드·실증단지를 조성하고, 실증–조달–상용화가 연계되는 클로즈드 루프(closed loop)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정부 조달이 초기 시장 수요를 창출하고, 이를 통해 민간 투자가 유입되며, 최종적으로 해외 시장 개척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설계하는 것입니다.
5.3 기술·산업역량
- As-Is: 간접지원 중심의 정책 프레임이 고착화되어 있습니다. 기술개발(R\&D) 지원과 제조현장 지원이 단절되어, 연구성과가 상용화·양산 단계로 연결되지 못하는 문제가 큽니다. 규제도 사후 대응 중심이라 혁신 속도를 따라가지 못합니다.
- To-Be: 핵심 전략기술에 대해서는 직접지원 패키지를 도입하고, R&D–시제품–양산–시장 진입을 하나의 플랫폼에서 관리해야 합니다. 규제는 ‘혁신 사전검증제’나 ‘규제 샌드박스’처럼 선제적·유연한 방식으로 바꿔야 합니다. 또한 제조기반 유지·강화를 위해 기술–제조–공급망을 아우르는 산업혁신형 규제체계가 필요합니다.
5.4 인재·거버넌스
- As-Is: 부처 간 칸막이와 중앙–지방의 분절이 심각합니다. 인재정책은 교육·고용·산업정책으로 나뉘어 실행돼, 가치사슬 전반에서 필요한 전문인력의 공급이 원활하지 않습니다.
- To-Be: 중앙과 지방, 부처 간 정책 집행을 통합하는 산업인재 컨트롤타워를 마련하고, 산업별·단계별 인력 수요를 실시간 파악해 공급하는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인재양성은 대학–연구기관–기업이 연계된 생애주기형 인재경로(career pipeline)로 설계하고, 해외 우수인재 유치 및 국내 인재의 글로벌 현장 경험 확대를 병행해야 합니다.
6. 정부와 국회의 역할 재정립
6.1 정부의 역할 전환
- 기존: 정부는 주로 산업정책의 ‘기획자’이자 규제·지원의 관리자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 전환 방향:
- 선도 투자자(Lead Investor): 초기 수익성이 낮아 민간이 주저하는 분야에 선제적으로 투자하여 시장 신호를 만들어야 합니다.(예: 차세대 배터리, 양자기술, 우주산업 등)
- 수요 창출자(Demand Creator): 정부 조달·공공서비스·인프라 프로젝트를 통해 전략기술의 초기 수요를 보장하고, 기업이 안정적으로 생산·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합니다.
- 위험 완충자(Risk Buffer): 지정학 리스크·공급망 붕괴·기술 실패 등 민간이 감당하기 어려운 위험에 대해 보증·보험·재정안정 장치를 제공합니다.
- 시장 형성자(Market Shaper): 단순한 규제 완화가 아니라, 시장의 규칙과 표준을 선도적으로 설계해 국제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합니다.
6.2 국회의 역할 재정립
- 기존: 법률 제정·예산 심의에 국한된 소극적 역할이 많았습니다.
- 전환 방향:
- 제도 설계자(Architect): 산업·기술·안보가 결합된 복합정책에 맞는 법·제도 구조를 선도적으로 설계합니다.(예: ‘전략기술안보법’, ‘국가공급망기본법’ 등)
- 집행체계 감시자(Supervisor): 정부 정책이 현장에서 계획대로 작동하는지, 예산이 효과적으로 쓰이고 있는지 상시 점검합니다.
- 조정자(Mediator): 부처 간 이해 충돌이나 중앙–지방 간 정책 불일치를 조율하고, 민간·학계·시민사회와의 거버넌스 채널을 활성화합니다.
- 장기 전략 후원자(Champion of Long-Term Strategy): 선거주기에 좌우되지 않는 국가 중장기 전략을 입법과 예산으로 뒷받침합니다.
7. 결론 – 총체적 시스템 전환의 시급성
한국 산업정책은 시대별 성공 경험과 구조적 한계를 모두 지니고 있습니다. 이제는 거시정책과 통합된 전략체계, 직접지원형 기술육성, 산업–기술–인재의 유기적 플랫폼이 필요합니다. 이는 단편적 제도 개선이 아니라 산업 생태계 전반의 ‘총체적 시스템 전환’이며, 앞으로 10년간 한국 경제의 명운을 좌우할 중대 과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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