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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해서 연구하고 있는 주제 관련 논문을 소개합니다. 그냥 상식으로 봐주세요~^^
항공산업은 단순한 이동수단을 넘어, 경쟁 전략과 복잡한 가격 책정이 얽힌 고도의 네트워크 경제입니다. 이번 편은 산업 조직 이론과 운송경제학을 바탕으로 항공산업의 동학을 깊이 있게 다루고자 하며, 최신 학술 논문과 실증 연구를 분석한 논문입니다. 이번에 소개할 논문은 Čertický, Černý, Černá 세 연구자가 공저한 「The Role of Network Topology in Competition and Ticket Pricing」입니다. 이 연구는 항공사의 노선 네트워크 구조가 경쟁 강도와 항공권 가격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분석한 실증 기반의 논문으로 기존 연구들이 주로 항공사 수나 시장 점유율 같은 요소에 집중했던 데 비해, 이 논문은 네트워크 연결 구조 그 자체(topology)를 변수로 삼아 분석을 수행했습니다.
1. 네트워크 위계성과 항공 경쟁의 재정의
항공산업에서 경쟁을 평가할 때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지표는 시장점유율, 운항 횟수, 좌석 수, 평균 운임, 노선 수 등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전통적 경쟁 지표들은 정태적이고 이차원적이라는 한계가 있습니다. Čertický, Černý, Černá(2024)는 이 한계를 지적하며, 항공사의 노선 네트워크 구조, 특히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가”라는 "네트워크의 위계성(hierarchy)"을 핵심 변수로 제시합니다. 이 접근은 경쟁을 ‘누가 많이 운항하는가’가 아닌, ‘누가 더 전략적인 구조를 갖고 운항하는가’로 재정의합니다.
위계성(hierarchy)이란 네트워크 내에서 특정 공항(노드)이 얼마나 중심적으로 연결돼 있는가, 그리고 연결들이 얼마나 상위 중심 공항에 집중돼 있는가를 나타내는 구조적 속성입니다. 예를 들어, 프라하, 프랑크푸르트, 런던 히드로 같은 초대형 허브 공항은 수많은 연결이 집중된 중심 노드이며, 이와 연결된 소규모 공항들은 주변부 노드로 작동합니다. 이런 구조에서 네트워크는 ‘허브 앤 스포크’ 형태의 위계적 구조를 가지게 되며, 이는 가격 책정력, 수요 조절력, 경쟁 억제력 등 다양한 전략적 우위를 제공합니다.
이러한 위계성은 단순 연결 수나 노선 수로는 포착되지 않으며, "네트워크 과학(Network Science)"의 개념들을 도입해야 정량화할 수 있습니다. 논문은 이를 위해 노드의 중심성(Centrality), 클러스터 계수(Clustering Coefficient), 노드 간 거리(Path Length), 연결 분산(Degree Variance) 등의 지표와 함께, 전체 네트워크의 계층성(hierarchical level index)을 산출합니다. 이 지수는 항공사의 노선 구조가 평평한 평면형인지, 아니면 고도로 조직된 위계적 구조인지를 구분하게 해 줍니다.
실제 분석에서 저자들은 체코 시장을 기반으로, 주요 항공사들의 네트워크 위계성을 계산하고 경쟁강도 및 운임과의 상관관계를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위계성이 높은 항공사는 동일한 노선 수를 운영하더라도 더 높은 운임을 유지하는 경향이 있음을 발견했습니다. 이는 해당 항공사가 전략적으로 중심 허브를 통한 연결을 집중시켜 시장 통제력을 강화한 결과로 해석됩니다. 예컨대, 항공사가 다수의 도시를 단일 허브를 통해 연결하면, 환승 수요와 운영 효율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경쟁 항공사의 진입을 간접적으로 차단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위계성이 낮은 평면형 네트워크(예: P2P 전략)는 소비자 선택권은 넓히지만, 항공사 입장에서는 가격결정력 약화, 환승 수요 확보의 어려움, 경쟁에 대한 취약성이라는 단점도 수반합니다. 이는 곧 가격 경쟁에서 방어적인 위치에 서게 될 수 있음을 의미하며, 전략적으로 불리한 위치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본 논문은 네트워크 구조라는 ‘숨은 변수’를 드러냄으로써, 항공 경쟁의 이해 수준을 한층 끌어올립니다. 단순히 누가 많은 노선을 운영하느냐보다, 어떤 방식으로 공항 간 연결을 설계했느냐가 항공사의 시장 경쟁력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핵심 메시지입니다. 이는 향후 공항 인프라 계획, 항공사 허브 전략, 정부의 공공항공 서비스 설계에 있어서도 중요한 정책적 시사점을 제공합니다.2. 데이터 기반 실증분석 : 체코 시장에서의 적용
본 논문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은 항공사의 네트워크 위계성과 경쟁력의 관계를 실제 시장 데이터를 통해 실증적으로 분석했다는 점입니다. 연구진은 체코공화국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국내외 항공사의 네트워크를 표본으로 삼아, 정량적 네트워크 분석 기법을 접목해 실증 연구를 수행했습니다.
연구 데이터는 OpenFlights 데이터베이스, 공항 운영 자료, 항공권 예약 플랫폼(Amadeus 등)에서 수집된 항공편 정보와 운임 데이터를 바탕으로 구축되었습니다. 이 데이터는 도시쌍(origin-destination pair) 기준으로 정리되어, 특정 항공사가 어떤 노선을 얼마나 자주, 어떤 운임 수준에서 운항하는지를 입체적으로 보여줍니다. 분석 대상 기간은 주로 2022~2023년이며, 프라하 공항(PRA)을 중심으로 체코 내외를 연결하는 노선이 중심입니다.
연구진은 각 항공사의 노선망을 네트워크로 추상화한 뒤, 그래프 이론 기반의 지표들(예: 중심성, 연결도, 위계성 지수)을 추출합니다. 이어서, 경쟁강도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방식으로 정의됩니다.- 경쟁자 수 기반 정의 – 동일 노선에 진입한 항공사 수로 정의
- 네트워크 기반 정의 – 해당 노선을 포함하는 항공사 네트워크의 위계성, 노드 중심성 등을 포함한 정교한 경쟁성 측정
그다음 단계에서, 이 경쟁 변수들과 평균 항공권 가격 간의 상관관계를 다변량 회귀분석(multivariate regression)으로 분석했습니다. 이때 통제변수로는 노선 거리, 항공사 유형(FSC vs LCC), 계절성, 항공편 빈도 등이 포함되었습니다.
실증 결과의 핵심은 다음과 같습니다.- 경쟁자가 많을수록 일반적으로 항공권 가격은 낮아진다는 기존 이론은 전체적으로 여전히 유효
- 하지만 네트워크 위계성이 높은 항공사일수록, 경쟁자 수가 같아도 더 높은 운임을 유지할 수 있다는 사실이 실증적 결과
- 단순히 경쟁자가 몇 명 있는지가 아니라, 그 항공사가 네트워크상에서 어떤 전략적 위치를 점하고 있는지가 가격에 더 큰 영향
예를 들어, 프라하–파리 노선에서 A항공사와 B항공사가 동시에 경쟁 중이지만, A항공사는 해당 노선을 중심으로 유럽 각지로 환승 연결되는 고도화된 허브 네트워크를 보유한 반면, B항공사는 독립적인 단일 노선 운영만 하고 있다면, A항공사는 동일 노선에서 더 높은 가격을 책정하더라도 승객 수요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항공사가 많아지면 가격이 싸진다’는 기존 경제학적 모델이 항공 네트워크 구조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주는 결과입니다. 나아가, 가격 경쟁력을 평가할 때는 네트워크 중심성 및 구조적 통제력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합니다.3. 허브 중심 전략과 포인트 투 포인트 전략의 경제적 파급
항공산업에서 네트워크 설계는 단순한 운영 전략이 아니라 수익성과 경쟁력의 근간이 되는 핵심 요소입니다. 본 논문은 특히 ‘허브 앤 스포크(Hub-and-Spoke)’ 전략과 ‘포인트 투 포인트(Point-to-Point)’ 전략 간의 구조적·경제적 차이를 네트워크 위계성과 가격 책정 측면에서 심도 있게 비교합니다.
허브 앤 스포크(H&S) 전략은 소수의 중심공항(허브)을 통해 대부분의 노선을 집중시키는 방식입니다. 프라하, 프랑크푸르트, 암스테르담 등의 주요 공항이 허브 역할을 수행하며, 나머지 스포크 공항은 허브와만 연결되는 구조를 갖습니다. 이 전략의 장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수요 집중: 환승 수요를 허브에 집중시켜 항공편 수익성을 극대화
- 운영 효율성: 항공편과 인프라의 활용률이 높아져 단위당 비용 절감 효과가 극대화
- 시장 지배력 확보: 허브를 중심으로 한 네트워크 통제력이 커지며, 가격 책정력 강화 및 신규 진입 항공사에 대한 방어력이 향상
반면, 포인트 투 포인트(P2P) 전략은 직항 노선을 중심으로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모델입니다. 저비용항공사(LCC)들이 주로 채택하는 이 구조는 다음과 같은 특성이 있습니다.
- 단순 구조: 운영 계획이 단순하며, 복잡한 환승 계획이 필요 없음
- 가격 경쟁력 확보: 짧은 노선에 저 운임을 제공할 수 있어 가격 민감도가 높은 소비자에게 유리
- 유연성: 특정 허브에 종속되지 않고 다양한 노선 실험이 가능
논문에서 제시한 실증 분석 결과는 이 두 전략의 가격 책정력과 경쟁회피 가능성에 현격한 차이가 있음을 보여줍니다. 허브 전략을 사용하는 항공사는 네트워크 위계성이 높고 중심성이 강한 공항을 바탕으로 높은 가격을 유지하면서도 수요를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이는 단순히 많은 노선을 보유하는 것이 아니라, 전략적으로 중요한 연결 고리를 장악하는 것이 가격 프리미엄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을 입증합니다.
예를 들어, 프라하를 중심으로 유럽과 아시아를 연결하는 A항공사는 허브공항에서 환승 수요를 유도하여 특정 노선의 운임을 경쟁사보다 10~15% 높게 유지하면서도 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반면, 동일 노선을 단독 직항으로 운영하는 B항공사는 가격을 낮춰야만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이는 동일한 경쟁 환경에서도 네트워크 구조의 차이가 수익성과 운임 수준을 결정짓는 결정적 요소가 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또한 H&S 전략은 슬롯 배분 등 공항 자원에 대한 영향력도 확대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진입 장벽 형성 및 경쟁 제한의 구조적 메커니즘이 작동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정책적으로 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하고자 한다면, 단순히 시장 점유율이 아닌 네트워크 위계성과 구조 집중도에 대한 평가와 규제가 병행되어야 한다는 시사점을 줍니다.
한편 P2P 전략은 단기적으로는 운임 인하와 소비자 후생 증대로 연결되지만, 장기적 생존력은 상대적으로 취약할 수 있습니다. 환승 수요에 대한 접근이 제한되고, 네트워크 통합 시너지가 작동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특히, 팬데믹 같은 수요 충격기에는 허브 중심 항공사보다 더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한 리스크입니다.4. 정책적 시사점과 슬롯 배분의 재조명
본 논문이 제시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기여는 항공사 네트워크 구조와 경쟁력 간의 관계가 단지 기업의 전략 문제에 그치지 않고, 항공 정책과 규제 설계에까지 깊이 연결된다는 점을 드러낸 것입니다. 특히 슬롯(slot) 배분 제도와 관련한 시사점은 정책 입안자와 규제 당국 모두에게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내용으로 평가됩니다.
현재 대부분의 국제공항에서는 슬롯이라는 개념을 통해 항공사들의 이착륙 시간대를 배분합니다. 이는 공항의 포화 상태에서 효율적인 운영을 보장하기 위한 장치로 설계되었지만, 공정한 경쟁 유도라는 측면에서는 구조적 문제점이 존재합니다. 예를 들어, 기존 대형 항공사들이 역사적으로 선점한 슬롯을 유지하는 ‘역사적 권리(grandfather rights)’ 관행은 신규 진입 항공사들의 경쟁을 억제하고, 네트워크 위계성이 강한 구조를 더욱 강화시킵니다.
논문은 네트워크 위계성이 높은 항공사가 단순히 슬롯을 많이 보유한 것이 아니라, ‘중심성이 높은 위치에 집중된 슬롯’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이는 특정 항공사가 소수의 허브 공항을 중심으로 시장 통제력과 가격 책정력을 확보하게 되는 구조적 메커니즘으로 작용합니다. 결과적으로, 겉으로 보기에는 다양한 항공사가 경쟁하는 것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네트워크 구조와 슬롯 집중도를 통해 간접적인 시장 지배력이 행사되고 있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구조는 다음과 같은 문제를 야기할 수 있습니다.- 진입 장벽 강화: 신규 항공사가 특정 허브 공항에 진입하기 위한 슬롯 확보가 어려워 경쟁 자체가 구조적으로 차단
- 가격 경쟁 제한: 기존 항공사가 가격 인하 없이도 시장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어, 소비자 후생 감소로 이어질 수 있음
- 비효율적 운항 지속: 슬롯의 효율적 재배분이 이루어지지 않음으로써, 수요가 적은 시간대나 비효율 노선에도 슬롯이 고정
이에 대해 논문은 정책적으로 슬롯 배분의 재정의 및 재경쟁 도입을 제안합니다. 구체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접근이 제시됩니다.
- 위계성 기반 규제: 단순히 슬롯 수가 아닌, 슬롯의 네트워크 내 위계적 위치(예: 중심성, 연결성, 중복도 등)를 고려한 배분 규칙
- 경쟁 촉진형 재입찰 시스템: 일정 기간 후 슬롯을 자동 갱신하는 것이 아니라, 경쟁 입찰을 통해 공정성과 유동성 확보
- LCC 및 신규 진입 항공사 우선 배분: 구조적으로 열세인 항공사에게 중심 허브 슬롯 일부를 할당하여 시장 다변화 유도
- 슬롯 회수 및 재분배 유연화: 공항 수요 변화나 경제 충격 발생 시, 슬롯 회수를 통해 공급 탄력성 확보
또한, 가격 책정 규제 역시 네트워크 구조를 반영한 방식으로 진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컨대, 동일 노선이라 하더라도 허브를 통한 환승이 가능한 항공사는 가격 결정력이 더 크기 때문에, 단순히 평균 운임만으로 시장 지배력을 판단하는 기존 방식은 한계가 있습니다. 이 논문은 항공산업의 경쟁 환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시장 점유율 분석을 넘어서 네트워크 구조와 자원 배분의 위계적 속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특히 정책 설계자에게는 슬롯, 운임, 신규 진입 구조를 네트워크 위계성과 연계된 시스템으로 재구성하는 패러다임 전환이 요구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네트워크 지표와 항공 경쟁의 관계
네트워크 지표 정의 경쟁·가격과의 관계 요약 중심성(Centrality) 공항이 네트워크 내에서 차지하는 중심 정도 중심 공항일수록 경쟁우위 확보 및 가격 설정력 ↑ 위계성(Hierarchy) 연결이 소수 허브에 집중된 정도 위계성 높을수록 가격 설정력 ↑, 경쟁 회피 효과 존재 연결밀도(Density) 전체 네트워크 연결성 정도 밀도가 너무 낮으면 경쟁 효과 약화 네트워크 다양성 다양한 공항과의 연결 여부 노선 다양성이 경쟁 대응과 수요 유인에 유리하게 작용 5. 향후 연구 방향과 산업적 적용 가능성
논문은 끝으로 네트워크 구조를 고려한 경쟁 분석이 항공 외 산업에도 적용 가능하다는 점을 언급하며, 철도·버스·도시교통 등 다양한 네트워크 산업에 응용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특히 초연결 시대에서 소비자의 선택은 단일 구간이 아니라, 전 여정 경로에서의 효율성과 네트워크 구성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복잡계 기반 모델링은 더욱 중요해질 전망입니다.
항공사 입장에서도 단순히 가격을 낮추는 전략보다, 네트워크상 거점 위치를 최적화하고 허브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높은 수익성과 안정성을 확보하는 방법이라는 점을 시사합니다. AI 기반 운항 계획, 수요 예측 모델, 동적 가격 책정 시스템 등과 결합될 경우, 본 연구의 네트워크 접근법은 항공 경쟁 전략의 새로운 표준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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