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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nancialization of South Korean non-financial firms 논문 소개재무논문 소개 2025. 4. 25. 08:12반응형
최근 국내 대기업들이 연구개발이나 설비투자보다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에 집중하고 있다는 지적이 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재무 전략의 변화가 아니라, 기업 경영이 점차 실물 생산보다 금융 수익에 의존하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2022년 Journal of Post Keynesian Economics에 게재된 이 논문은 1994년부터 2019년까지의 한국 비금융기업 데이터를 분석해, 금융화가 실제로 실물 투자와 R&D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를 계량적으로 검증한다. 연구는 자산에서 금융 수익이 차지하는 비중, 자사주 매입, 배당 확대 등이 장기적 성장 투자 위축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이 블로그 글에서는 이 논문의 핵심 내용을 바탕으로, 한국형 금융화의 특징과 그로 인한 기업 행동의 변화, 그리고 이를 둘러싼 정책적 고민들을 정리해보려 한다.1. 금융화란 무엇인가: 기업 경영의 구조적 전환
금융화(Financialization)는 단순히 기업이 금융자산을 보유하거나 금융 수익을 올리는 현상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 개념은 더 본질적인 경제 구조의 변화, 즉 수익 창출의 중심이 전통적인 상품 생산과 서비스 제공에서 금융거래로 옮겨가는 현상을 지칭한다. Krippner(2005)의 정의에 따르면, 금융화란 “기업 수익이 상품 거래나 실물 생산이 아닌 금융 채널을 통해 주로 축적되는 축적 방식의 전환”이다. 이러한 흐름은 1980년대 미국과 영국의 신자유주의 경제 개혁 이후 본격화되었으며, 기업 지배구조도 "이해관계자 자본주의(stakeholder capitalism)"에서 "주주 자본주의(shareholder capitalism)"로 급격히 재편되었다. 기업의 목적이 ‘지속 가능한 성장’에서 ‘주주 가치의 극대화’로 이동하면서, 기업의 자본은 공장, 인재, 기술이 아닌 배당금, 자사주 매입, 단기 이익에 집중되기 시작했다. 한국의 경우 이러한 금융화는 1997년 외환위기를 계기로 빠르게 진행됐다. 당시 IMF의 구조조정 정책은 자본시장 개방과 규제 완화를 핵심으로 삼았고, 이는 국내 대기업이 외국인 주주의 영향력에 더욱 민감해지는 계기를 마련했다. 특히 2009년 자본시장통합법 시행 이후, 상장 기업들은 실적보다 주가 중심의 평가를 의식하게 되었고, 이에 따라 주가 관리 전략으로서의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이 빈번해졌다. 이러한 행위는 단기 주주 이익에는 도움이 되었지만, 기업의 장기 성장동력인 실물 투자 및 R&D 투자에는 제약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2. 금융화가 실물 및 R&D 투자에 미친 영향
본 논문은 금융화가 기업의 "실물 투자(Real Investment)"와 "연구개발 투자(R&D Investment)"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실증적으로 분석하였다. 분석은 크게 두 개의 경로로 금융화를 측정한다. 첫째는 기업이 금융 자산으로부터 얻는 수익(이자·배당·파생상품 수익 등)을 중심으로 한 이익 창출 채널, 둘째는 배당금과 자사주 매입 등 주주 환원 행위를 중심으로 한 이익 배분 채널이다.
연구는 1994년부터 2019년까지 한국 상장 비금융기업 711개사를 대상으로 일반화된 적률법(GMM) 모형을 통해 분석되었다.
주요 결과는 다음과 같다:- 금융 수익이 증가할수록 실물 및 R&D 투자는 유의미하게 감소한다. 이는 기업의 자본이 실물 경제가 아닌 금융시장으로 흘러들어 감으로써 본업에 대한 투자가 줄어드는 전형적인 ‘Crowding-out effect’로 해석된다.
- 배당금만을 고려한 경우에는 실물 및 R&D 투자와 통계적으로 유의한 관계가 없는 반면, 자사주 매입을 포함한 주주환원 총액은 두 투자 모두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이는 최근 수년간 국내에서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부채 기반의 자사주 매입 전략이 기업의 장기 성장 역량을 해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 특히 자사주 매입은 일시적으로 주가를 상승시키지만, 장기적으로는 재무 건전성을 악화시키고 실물 및 기술 투자 여력을 감소시키는 이중적 결과를 낳는다.
또한 기업이 자사주를 대규모로 매입하는 시점에서는 대부분 내부 유보 자금보다 차입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경우가 많아, 이는 향후 재무 부담을 가중시켜 실물 투자에 대한 위축을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
3. 한국형 금융화의 특징과 정책적 함의
한국의 금융화는 서구의 자본시장 기반 모델과는 다른 독특한 구조를 가진다. 미국·영국이 주식시장 중심의 자율경영과 기관투자자의 영향력이 주도적인 반면, 한국은 여전히 은행 중심의 금융중개체계와 제한적인 기관투자자 참여, 그리고 높은 외국인 주주 비중이 혼재하는 구조다. 이러한 특징은 금융화가 실물 투자와 R&D 투자에 미치는 경로와 강도에도 차이를 만들어낸다.
논문에 따르면, 한국 비금융기업의 재무제표 상 금융자산 비중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총이익 중 금융 수익이 차지하는 비율이 상당히 높은 수준에 도달하고 있다. 문제는 이와 동시에 실물투자 및 R&D 투자가 정체하거나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기업이 금융수익 중심의 전략을 채택하면 이익의 재투자 비율이 낮아지고, 이는 생산성 저하, 고용 정체, 산업 역동성 약화로 이어진다.
또한 외국인 주주의 영향력 증대는 단기적인 성과 압력을 강화하며, 이로 인해 기업은 장기적 투자가 아닌 분기 실적과 주가 방어에 집중하는 경향이 커진다. 특히 국내 기업들은 최근 몇 년간 대규모 자사주 매입을 통해 주가를 방어하고 있으며, 이는 재무 리스크를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책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시사점을 도출할 수 있다:- 자사주 매입 공시 의무 강화 및 규제 강화: 재무 건전성 확보 차원에서 부채 기반 자사주 매입의 제한 필요
- R&D 투자 유인을 위한 세제 인센티브 확대: 장기투자 유도
- 주주 환원 전략과 실물 투자 간 균형적 규제 필요
- 금융 수익 의존도 공개 의무화: 재무적 투명성 제고 및 시장 감시 기능 강화
4.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경고: 금융화의 그림자이 논문은 “한국 기업도 서구처럼 금융화에 따른 부작용을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을 통계적으로 입증한 매우 중요한 연구다. 실물 투자의 위축, R&D의 정체, 자사주 매입 확대 등은 장기적 혁신 역량 저하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는 결국 한국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제약할 수 있다. 향후 정책 당국은 금융화가 지나치게 기업 경영을 지배하지 않도록 균형 있는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 예컨대 자사주 매입에 대한 공시 강화를 비롯해, R&D 투자 확대 기업에 대한 세제 인센티브, 기업지배구조 개혁 등을 통해 장기 성장 중심의 생태계를 유도해야 한다. 금융화는 선택이 아닌 흐름이지만, 그 방향은 설계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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