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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dern Banking in Theory and Practice에 관한 Mervyn K. Lewis의 논문소개재무논문 소개 2025. 4. 21. 21:01반응형
"은행은 돈을 예금받고 대출해 주는 곳이다."이라는 단순한 정의로는 오늘날 은행의 복잡하고 정교한 기능을 설명하기 어렵다. 정보 비대칭, 유동성 위험, 계약 설계, 금융공학 등 수많은 메커니즘이 작동하는 현대 금융시장에서, 은행은 이제 단순한 중개자를 넘어 정보 처리자, 유동성 보험자, 금융 설계자로 진화하고 있다.
Mervyn K. Lewis는 그의 대표 논문「Modern Banking in Theory and Practice」에서 이러한 현대 은행의 다층적 역할을 날카롭게 분석한다. 그는 전통적인 예금-대출 기능을 넘어서, 은행이 어떻게 정보 문제를 해결하고, 경제 전체의 유동성을 조절하며, 오프밸런스 활동을 통해 금융 시스템의 구조 자체를 재편하고 있는지를 설명한다. Lewis의 논문을 바탕으로, 오늘날 은행이 어떤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으며, 왜 여전히 금융 시스템의 중심에 존재하는지를 알아보자.1. 서론
현대 금융시장에서 은행은 단순한 예금과 대출의 중개자 이상의 존재다. 정보 비대칭 하에서 ‘신뢰’를 기반으로 작동하는 복합적 기능을 수행하며, 실물경제의 안정성과 효율성을 뒷받침한다. Mervyn K. Lewis는 1992년 논문 Modern Banking in Theory and Practice에서 전통적인 은행 이론의 한계를 지적하며, 새로운 이론들이 어떻게 은행의 존재 이유, 정보처리자 및 유동성 공급자로서의 역할을 재정의하고 있는지를 고찰한다. Lewis는 이 논문을 바탕으로 현대 은행의 본질을 이해하기 위해 정보중개 기능, 유동성 보장 기능, 그리고 오프밸런스 활동을 중심으로 구조화된 논의를 소개한다.
2. 은행의 존재 이유 — 정보중개자로서의 핵심 기능
은행은 단순히 돈을 보관하고 대출하는 기관이 아니라, 금융 시장의 정보 문제를 해결하는 핵심 기관으로 작동한다. Lewis는 정보 비용(information costs)의 관점에서 은행의 존재 이유를 설명하며, 이를 통해 시장실패의 구조적 보완자로서의 기능을 강조한다. 그는 은행이 해결하는 주요 정보 문제를 네 가지로 분류한다: 탐색 비용(search cost), 검증 비용(verification cost), 모니터링 비용(monitoring cost), 그리고 집행 비용(enforcement cost)이다.
먼저 탐색 비용은 금융 거래의 상대방을 찾는 데 드는 시간과 노력이다. 예를 들어, 자금을 빌려주고 싶은 개인 투자자가 신뢰할 수 있는 차입자를 찾기 위해 수많은 정보를 수집하고 비교해야 한다. 은행은 대규모 자본과 신용평가 시스템을 활용해 이 과정을 대체한다. 검증 비용은 대출 전에 차입자의 사업성과, 수익성, 도덕성을 평가하는 비용이다. 차입자는 자신의 프로젝트가 훌륭하다고 주장할 수 있지만, 외부인은 그 진위를 직접 검증하기 어렵다.
모니터링 비용은 대출 이후 차입자가 계약대로 행동하는지를 감시하는 데 발생하는 비용이다.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는 이와 관련된 대표적인 문제로, 차입자가 대출금을 위험한 사업에 사용하거나, 열심히 일하지 않는 경우를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집행 비용은 대출자가 계약을 이행하지 않았을 때 법적 절차를 통해 이를 강제하는 데 드는 자원이다.
정보 비용의 사슬 구조
탐색 → 검증 → 모니터링 → 집행의 전 과정에 걸쳐 은행은 전문화된 역할을 수행하며, 개별 투자자가 감당하기 어려운 비용을 분산
이러한 점에서 은행은 단순한 자본 제공자가 아니라 "사회적 회계자(social accountant)", "위임된 감시자(delegated monitor)"로서, 경제 전체의 정보 효율성과 계약 이행 가능성을 제고한다. 이는 Diamond(1984)의 이론과도 연계된다. 그는 은행이 다수의 예금자와 차입자 사이에서 감시 기능을 수행함으로써, 예금자 개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위임 비용(delegation cost)’을 제거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요약하자면, 은행은 정보 비대칭 하에서 신뢰 기반의 금융 계약을 가능하게 만드는 중개자로서, 금융시장의 작동 자체를 실질적으로 가능하게 한다.3. 유동성 보험자로서의 은행 — Diamond-Dybvig 모형을 중심으로
은행의 또 다른 핵심 기능은 예금자에게 유동성(현금화 가능성)을 보장하는 보험자로서의 역할이다. Lewis는 이를 Diamond & Dybvig(1983)의 모형을 통해 상세히 설명하며, 이 모형은 수요 예금제도의 경제적 정당성과 뱅크런(bank run) 현상을 동시에 설명하는 고전으로 평가받는다.
모형에 따르면, 경제 참여자는 자신의 소비 시점을 사전에 알 수 없다. 일부는 중간 시점(예: 시기 1)에 소비를 원하고, 나머지는 후반 시점(시기 2)까지 기다릴 수 있다. 문제는 소비 시점은 개인적으로만 알려져 있어 은행이나 타인에겐 비공개라는 점이다. 이처럼 유동성 수요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은행은 단기성 예금(deposit)을 받고 장기성 자산(loan)에 투자하는 '만기 변환(maturity transformation)'을 수행한다.
이 과정에서 예금자들이 동시에 자금을 인출하려는 상황이 발생하면 자산을 헐값에 매각해야 하는 문제가 생기며, 이는 순식간에 자기실현적인 뱅크런으로 이어질 수 있다. Diamond-Dybvig 모형은 이 현상을 "나쁜 균형(bad equilibrium)"이라고 부른다. 반대로, 예금자들이 신뢰를 유지하며 필요한 사람만 인출하면 은행도 자산을 정상적으로 운용할 수 있고, 이는 "좋은 균형(good equilibrium)"이다.Diamond-Dybvig 모형 - "은행이 유동성 보험자로 기능할 수 있지만, 동시에 시스템 리스크의 진원지가 될 수도 있음"
Lewis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예금자 지급정지(suspension of convertibility), 예금보험제도(deposit insurance) 등을 제시하며, 이는 제도적 보완이 은행 시스템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는 뱅크런 방지를 위해 단순히 ‘예금 보험’을 도입하는 것보다, 정보 신뢰와 계약 구조의 설계가 더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본다.
결국, 은행은 단순한 대출기관이 아닌, 경제 전체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위험을 분산시키는 사회적 보험자로서의 위상을 가진다.4. 금융공학 시대의 은행 — 오프밸런스 활동과 정보 확장
Lewis는 마지막 본론에서 오늘날 은행의 활동이 '대차대조표 밖(off-balance sheet)'으로 확장되며, 전통적 개념을 넘어서는 복합 금융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강조한다. 이 중 가장 주목할 만한 변화는 신용보증, 파생상품 거래, 대출 약정, 유동성 커버 계약 등이다.
이러한 활동은 표면적으로는 자산과 부채로 기록되지 않지만, 실제로는 상당한 위험과 수익을 창출한다. 예를 들어, 기업이 상업어음(commercial paper)을 발행할 때 은행이 신용 보증을 제공하면, 기업은 보다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이때 은행은 수수료를 받지만, 신용 리스크도 함께 부담한다. 또한, 이자율 스왑, 통화 옵션 같은 파생상품 거래는 은행이 위험을 이전하거나 분산시키는 데 활용된다.
Lewis는 이러한 변화를 "금융 서비스의 분해(unbundling)"와 "금융공학(financial engineering)"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은행은 과거처럼 단순한 수신·여신 기능에 머무르지 않고, 정보 가공과 리스크 구조화, 계약 설계, 투자 자문까지 고부가가치 금융 서비스를 총체적으로 제공한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은행은 다음과 같은 다층적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시장 접근 지원자: 기업이 직접 자본시장에 접근하지 못할 때 은행이 신용 보증, 유동성 공급을 통해 지원
- 정보 기반 중개자: 고객의 거래 데이터를 분석해 개인화된 상품을 제시하고 가격 신호를 제공
- 위험 구조 설계자: 맞춤형 계약을 통해 수익과 위험을 조정하며, 최적화된 금융 거래를 유도
이처럼 현대 은행은 단순한 채무중개기관이 아니라, 정보의 생산자이자 금융 리스크 설계자로서의 포지셔닝을 강화하고 있다. 이는 Lewis가 주장하는 현대 은행의 핵심 진화 방향이다.
5. 결론 : 은행의 역할은 정보, 유동성, 그리고 시스템
Lewis의 논문은 오늘날 은행이 단순한 예금-대출 기관이 아닌, 정보 분석가, 유동성 공급자, 그리고 금융공학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을 강조한다. 그는 특히 은행이 정보 비대칭, 신용 리스크, 유동성 불확실성, 그리고 계약 설계라는 네 가지 측면에서 경제적 효율성을 제고하고 있다고 본다.
또한, 전통적인 금융 이론이 간과한 오프밸런스 활동, 국제 금융, 서비스 금융 등 실무적 측면을 이론적으로 해석한 점에서 Lewis의 논문은 학문적 가치를 넘어 실제 금융제도의 설계와 정책 방향에도 큰 시사점을 제공한다. 디지털 금융, 핀테크 확산과 같은 새로운 환경 속에서, 은행의 핵심 기능을 재정의하고 제도적으로 어떻게 뒷받침할지에 대한 논의는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반응형'재무논문 소개' 카테고리의 다른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