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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tance, Lending Relationships, and Competitiond에 관한 Degryse & Ongena의 논문 소개 - 재무 이론 ⑰재무논문 소개 2025. 4. 19. 09:28반응형
지난 편에 이어 거리가 금융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논문으로 다른 저자가 쓴 논문을 소개하겠습니다.
현대 금융시장에서 디지털화가 진전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업과 은행 간의 지리적 거리는 여전히 중요한 경제적 변수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Degryse와 Ongena가 발표한 「Distance, Lending Relationships, and Competition」 논문은 물리적 거리와 경쟁 수준이 은행 대출금리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였습니다.
1. 서론 : 지리적 거리와 은행 대출: 보이지 않는 가격차별
이 논문은 기업, 대출 은행, 그리고 인근의 다른 은행들 간의 지리적 거리가 대출 조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분석하였습니다. 이를 위해, 벨기에의 한 대형 은행이 보유한 15,000건 이상의 중소기업 대출 계약 데이터를 활용했습니다. 본 연구는 은행 대출에서 "공간적 가격차별(spatial price discrimination)"이 발생한다는 점을 밝혔습니다. 구체적으로는, 기업과 대출 은행 간의 거리가 가까울수록 대출 금리는 낮아지고, 기업과 경쟁 은행 간의 거리가 멀수록 금리는 상승하는 현상을 발견했습니다. 이 같은 공간적 가격차별은 교통 비용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됩니다. 특히 단순한 정보 비대칭이 아닌, 이동 시간 및 교통 비용이 대출금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실증적으로 제시하였습니다.
2. 대출금리와 거리의 함수: 가격차별의 실체
이 논문은 물리적 거리뿐 아니라 은행-기업 간 관계의 깊이와 지속성이 대출 금리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합니다. 이른바 "관계형 금융(relationship lending)"은 은행이 오랜 기간 거래를 통해 해당 기업의 비재무적 정보(soft information)를 축적함으로써 보다 정교하고 맞춤형 대출 조건을 제공할 수 있게 합니다. 이러한 관계는 특히 소규모 기업에서 더욱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이들은 공시 정보가 부족하고 신용 등급 등 외부적 신용지표가 충분치 않아 은행이 자체적으로 정보를 수집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실증 분석 결과에 따르면, 특정 은행이 '주거래은행(Main Bank)'인 경우 대출 금리는 평균적으로 40.7bp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동일한 금융 조건 하에서 주거래 관계를 유지함으로써 기업이 금리 절감 혜택을 누릴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이처럼 관계의 '범위(scope)'가 확대되면, 은행은 해당 기업을 보다 신뢰하고, 감시비용을 줄일 수 있어 우호적인 금리 제공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흥미로운 점은 거래 기간(Duration)이 길어질수록, 즉 은행과의 관계가 오래 지속될수록 오히려 대출 금리는 약간 상승하는 경향을 보였다는 사실입니다. 예를 들어, 거래 기간이 7.5년에서 13년으로 늘어날 경우, 금리가 약 10bp 상승했습니다. 이는 일반적인 기대와는 반대의 결과일 수 있으나, '정보 비대칭'의 또 다른 양면을 보여줍니다. 기업이 장기적으로 한 은행에 의존하게 되면 시장 정보 부족으로 인해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하는 다른 은행으로의 이동이 어려워지는 ‘잠금 효과(lock-in effect)’가 발생합니다. 이는 은행이 기존 고객에 대해 일정 수준 이상의 금리를 유지하면서도 이탈 위험이 낮다고 판단해 금리를 낮추지 않는 경향을 설명합니다. 또한 관계의 지속성은 은행 입장에서 '보험'의 성격도 가집니다. 예를 들어, 경기 불황 시에도 오랜 거래 관계가 있는 기업이라면 금융 리스크를 보다 예측 가능하게 판단할 수 있기 때문에 은행은 그 리스크를 금리에 반영하는 방식으로 전략적 가격 책정을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관계형 금융이 항상 금리 인하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며, 관계의 질, 정보의 투명성, 그리고 기업의 의존도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관계형 대출의 경제적 역학은 매우 복합적입니다.
3. 관계형 대출의 힘과 정보 비대칭의 역설
이 논문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여 중 하나는 지리적 거리와 지역 내 은행 경쟁 구조가 대출금리에 어떻게 맞물려 작동하는지를 체계적으로 분석했다는 점입니다. 특히 단순히 '은행 수'만으로 경쟁을 측정하는 것이 아니라, "지리적 집중도(Herfindahl-Hirschman Index)"나 경쟁 은행과의 실질 거리와 같은 보다 정교한 변수들을 도입하여 시장 구조를 실증적으로 설명합니다.
우선, 같은 지역(우편번호 단위)에 존재하는 경쟁 은행의 수가 많을수록 일반적으로 대출금리는 하락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논문에서 분석한 바에 따르면, 경쟁 은행 수 자체보다는 기업이 실제로 이용 가능한 가장 가까운 경쟁 은행과의 거리가 훨씬 더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다시 말해, 같은 경쟁 은행 수를 가진 두 지역이라도, 경쟁 은행이 얼마나 가까이 위치해 있느냐에 따라 해당 기업이 협상할 수 있는 여지가 달라지고, 결과적으로 실제 적용 금리에도 큰 차이가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두 개의 지역 A와 B가 존재하고, 동일하게 경쟁 은행 수는 5개이지만, A 지역은 경쟁 은행들이 기업과 도보 거리 내에 위치해 있는 반면, B 지역은 차량 이동이 필요한 곳에 위치해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이 경우, 기업은 A 지역에서 보다 적극적인 금리 협상을 할 수 있고, 실제로도 더 낮은 금리를 제공받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면 B 지역에서는 거리상 제약으로 인해 경쟁 은행에 접근하기 어려워지고, 대출금리에 대한 협상력이 약화됩니다. 은행 입장에서도 경쟁 강도가 낮다고 판단하여 보다 높은 금리를 책정할 유인이 커지게 됩니다.
실증 분석에서는 경쟁 은행과의 거리(log(1 + Distance to Closest Competitors))가 1 단위 증가할 때, 대출금리는 약 16~18bp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매우 유의미한 수치입니다. 반대로 대출은행과 기업 간의 거리(log(1 + Distance to Lender))가 증가하면 금리는 감소하는 현상도 함께 관측되었는데, 이는 정보 접근성과 교통비용 간의 균형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또한, 논문에서는 부동산 가격, 도시 여부(인구 25만 이상), 지역별 은행 밀집도 등의 변수도 통제하여 분석의 정밀도를 높였으며, 지리적 요인이 여전히 유럽 대륙의 금융 시장에서 강력한 가격 결정 변수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는 미국처럼 디지털 금융이 발달하고 은행 간 거리 개념이 약화된 국가들과는 상이한 결과를 제공하며, 지역 경제 특성에 따라 은행의 경쟁 전략과 고객 대응 방식이 달라질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4. 경쟁 환경과 거리의 상호작용
은행 간 경쟁이 치열할수록 일반적으로 금리는 하락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논문에서는 단순히 "은행 수(Number of Competitors)"보다는 "실질적 거리 및 지리적 집중도(HHI)"가 경쟁 수준을 더 잘 설명한다고 보았습니다. 특히 대출 기업이 다른 경쟁 은행과 멀리 떨어져 있을수록, 해당 지역 내 은행은 더 높은 금리를 부과할 수 있는 가격 책정의 여지를 갖게 됩니다.
5. 금융의 ‘거리 프리미엄’을 이해하다
이 논문은 기존의 은행 대출 시장에서 “거리”라는 물리적 요인이 어떻게 은밀한 금리 차별의 원천으로 작용하는지를 실증적으로 보여줍니다. 단순한 정보 비대칭이 아닌, 실제 교통 시간과 관련된 물류비용이 핵심 변수로 작용한다는 사실은, 향후 디지털 금융의 확장이나 지역은행 정책 설계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합니다. 특히 유럽 대륙처럼 소규모 금융시장이 많은 국가에서는 물리적 거리와 경쟁구조가 중소기업 금융 접근성에 미치는 영향을 정밀하게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습니다. 본 연구는 금융 산업의 물리적 특성과 고객 위치 정보를 이해할 때, 단순히 인터넷 뱅킹이나 모바일 앱의 도입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접근성의 프리미엄’이 존재한다고 주장합니다.
6. 결론
이 논문은 지리적 거리가 은행의 대출금리 책정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실증적으로 밝혔습니다. 대출 은행과 기업 간의 거리가 가까울수록 대출 금리는 낮아지는 반면, 경쟁 은행과의 거리가 멀어질수록 금리는 상승하는 경향이 나타나는 점을 발견했습니다. 이러한 결과는 기존 이론의 예측과 일치하며, 공간적 가격차별의 주요 요인으로 교통 비용이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또한, 기업과 은행 간의 금융 관계의 깊이와 지속 기간도 금리에 영향을 미칩니다. 구체적으로는, 주거래 은행(Main Bank) 여부는 금리를 낮추는 효과가 있지만, 거래 기간이 길어질수록 금리는 다소 상승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는 장기적인 거래로 인한 "고객 고착 효과(lock-in effect)"와 관련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 연구는 유럽 대륙의 금융 환경에서 물리적 거리가 여전히 중요한 변수임을 보여주며, 정보 기술 발전이 모든 지역에서 동일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따라서 향후 금융정책이나 은행의 지점 전략 수립 시 지역적 특성과 거리 요인을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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