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자본시장연구원 보고서 「MSCI 시장접근성 평가 분석과 한국의 대응 방향」 핵심 정리
    경제상식 소개 2025. 8. 21. 08:00
    반응형

    오늘은 한국 자본시장의 국제적 위상과 밀접하게 연관된 MSCI(모건스탠리 캐피털 인터내셔널) 시장접근성 평가에 대해 다루어보려 합니다. MSCI는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투자 기준과 방향을 제시하는 세계적인 지수 제공 기관으로, 각국의 자본시장 상황을 정량적·정성적 지표로 평가한 뒤 이를 바탕으로 국가를 선진시장(Developed Markets), 신흥시장(Emerging Markets), 프런티어시장(Frontier Markets)으로 분류합니다. 한국은 OECD 회원국이자 세계 10위권 경제 규모를 자랑하는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신흥시장 그룹에 머물러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등급 문제’에 그치지 않고, 글로벌 투자자의 자금 흐름, 해외 기관투자자의 투자 비중, 그리고 장기적으로 한국 자본시장의 신뢰와 위상에 직결되는 문제입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2025년 6월 발표된 MSCI의 최신 평가 결과를 토대로, 한국 시장이 왜 아직 선진국 지수에 편입되지 못하는지, 평가 항목별로 어떤 구조적 제약이 존재하는지, 그리고 정부와 시장이 앞으로 어떤 단기적·장기적 과제를 해결해야 하는지를 심층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MSCI지수편입

    1. MSCI 평가와 한국의 현주소

    MSCI의 평가는 크게 정량적 지표와 정성적 지표로 구분됩니다. 정량적 지표는 국가 경제 규모, 1인당 소득, 증권시장의 규모와 유동성 등을 포함하는데, 한국은 이미 이 부문에서 선진국 기준을 충분히 충족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정성적 지표인 시장접근성 평가입니다. 이는 외국인 투자자가 해당 시장에서 얼마나 쉽게, 효율적으로, 그리고 투명하게 거래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항목입니다.
    2025년 평가 결과, 한국은 외환시장 자유화, 투자자 등록 절차, 정보 제공의 투명성, 청산 및 결제 인프라, 자본 이동 용이성, 투자수단 활용도 등 6개 핵심 영역에서 ‘개선 필요(-)’ 등급을 받았습니다. 단순히 일부 항목에서 개선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외국인 투자자가 실제로 체감하는 거래 편의성이 전반적으로 낮은 수준임을 보여주는 결과입니다. 이는 일본·홍콩·싱가포르 같은 선진 금융허브는 물론, 일부 신흥국보다도 불리한 상황으로, 한국의 시장 구조와 제도적 제약이 얼마나 뿌리 깊은지를 보여줍니다. 더구나 한국은 2014년 MSCI 관찰대상국(Watch List)에서 제외된 이후, 10년 넘게 ‘신흥시장’ 지위에 머물러 왔습니다. 제도 개선 노력은 분명 있었지만,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의 변화로 이어지지 못했기 때문에, 이번에도 선진국 지수 편입은 무산된 것입니다.

    2. 선진국 대비 한국의 제도적 한계

    선진국 지수에 포함된 23개국 중 대부분은 모든 항목에서 최고 등급(++)을 유지합니다. 일부 국가는 1~2개 항목에서 ‘개선 가능(+)’을 받은 정도에 불과하며, ‘개선 필요(-)’ 항목을 가진 국가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는 선진국으로 분류되려면 단순히 경제 규모나 유동성이 아니라, 글로벌 투자자들이 불편함 없이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추어져야 함을 보여줍니다. 반면 한국은 6개 항목에서 ‘개선 필요(-)’ 등급을 받았는데, 이는 외국인 투자자에게 가장 중요한 영역에서 불편이 집중된 것을 의미합니다. 

    • 외환시장 : 역외 원화거래 금지로 인해 글로벌 24시간 외환 네트워크에 참여할 수 없음
    • 투자자 등록 : 절차적 복잡성과 사전·사후 보고 의무가 여전히 장벽으로 작용
    • 정보 제공 : 영문 공시 범위와 투명성 부족
    • 청산·결제 : 옴니버스 계좌 활용 제한, 복잡한 계좌 개설 절차
    • 이전 용이성 : 장외거래 원칙적 금지, 감독원 사전 심사 필요
    • 투자수단 : 한국물 지수 기반 파생상품 해외 거래 제한적

    이러한 문제들은 단순히 법령이나 규정의 존재 여부가 아니라, 실제 시장에서 투자자가 경험하는 운영상 불편과 직결됩니다. 즉, 제도가 있어도 글로벌 표준과 맞지 않거나, 활용도가 낮다면 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3. 역내 주요국과의 비교: 한국만의 취약성

    아시아 주요국과 비교했을 때도 한국의 시장접근성은 취약합니다. 일본, 홍콩, 싱가포르 같은 선진국들은 모든 평가 항목에서 ‘++’를 기록했고, 대만·말레이시아 등 신흥국조차 3개 이하 항목에서만 ‘개선 필요(-)’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한국은 중국과 함께 무려 6개 항목에서 최저 등급을 기록했습니다. 예를 들어, 외환시장 자유화 항목에서 역외 원화거래를 전면 금지하는 국가는 한국, 인도, 인도네시아, 대만 등 소수에 불과합니다. 일본이나 싱가포르는 이미 글로벌 외환 거래망에 완전히 통합돼 있으며, 외국인 투자자들은 24시간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습니다. 또한 투자자 등록 부문에서는 한국이 제도 폐지를 선언했음에도 여전히 복잡한 절차와 보고의무로 인해 불편이 남아 있습니다. 반면 일본과 홍콩은 이런 제약이 전혀 없어 외국인 투자자가 즉시 시장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정보 제공 측면에서도 한국은 영문 공시가 제한적이어서 투자자가 기업 정보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큽니다. 일본은 MSCI의 지적 이후 2025년부터 프라임시장 상장사의 주요 정보를 즉시 영문으로 공시하도록 의무화했는데, 한국은 여전히 일정 규모 기업에만 제한적으로 적용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한국은 선진국은 물론이고 일부 신흥국보다도 시장 접근성이 낮아, 구조적 개선 없이는 선진국 지수 편입이 어렵다는 점이 명확하게 드러납니다.

    4. 제도 개선 노력과 그 한계

    물론 한국도 제도 개선을 시도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최근 몇 년간 다음과 같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 외환거래 시간 연장 및 일부 역외시장 개방
    • 외국인 투자자 등록 의무제 폐지
    •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법인식별번호(LEI) 도입
    • 주요 상장사에 대한 단계적 영문 공시 확대
    • 한국물 지수 기반 파생상품의 해외 거래소 상장 추진

    이러한 변화들은 표면적으로는 진전처럼 보이지만, 실제 시장에서는 효과가 제한적이었습니다. 예컨대 옴니버스 계좌는 허용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단 한 건의 계좌도 개설되지 않았습니다. 이는 계좌 개설 과정이 지나치게 복잡하고 규제 요건이 많아 실효성이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또한 장외거래는 여전히 금융감독원의 사전 심사를 받아야만 가능해 사실상 자유로운 거래가 불가능합니다.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불필요한 행정적 제약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습니다. 즉, 한국은 제도를 도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제도적 개선이라는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5. 단기·장기 과제의 구분 필요성

    한국이 MSCI 선진국 지수에 편입되기 위해서는 단기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과제와 장기적으로 추진해야 할 구조적 개혁을 명확히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단기 과제>

    • 영문 공시 품질과 범위 확대
    • 장외거래 사후 승인 절차 폐지
    • 결제 및 보고 절차 간소화
    • 외국인 투자자의 실제 체감 개선에 집중

    <장기 과제>

    • 원화 역외시장 허용 및 글로벌 외환 네트워크 편입
    • 외환시장 전면 개방을 통한 유동성 확대
    • 국제 기준과의 정합성을 갖춘 자본시장 구조 개편
    • 해외 파생상품 거래 확대를 통한 투자수단 다양화

    단기 과제는 비교적 빨리 성과를 낼 수 있고 외국인 투자자에게 긍정적 신호를 줄 수 있습니다. 반면 장기 과제는 환율 안정성, 금융기관의 대응 역량, 외환보유액 관리 등 민감한 이슈와 직결되므로 점진적 접근이 불가피합니다. 즉, 한국은 단기적 성과와 장기적 구조개혁을 병행하는 이중 전략이 필요합니다.

    6. 한국 자본시장의 향후 전략

    궁극적으로 한국이 MSCI 선진국 지수에 편입되기 위해서는 단순히 몇 가지 제도를 보완하는 수준을 넘어, 투자자 경험 중심의 근본적 혁신이 필요합니다. 지금까지는 제도의 존재 여부에 치중했지만, 앞으로는 외국인 투자자가 실제로 느끼는 편의성과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이를 위해 한국은 다음과 같은 전략적 방향을 취해야 합니다.

    1. 글로벌 표준에 부합하는 거래 자유도 확보 : 원화 역외거래 허용, 장외거래 자유화, 영문 공시 의무화 등을 통해 국제 투자자가 불편 없이 접근
    2. 투명성 강화 : 배당 절차, 공시 범위, 금융상품 구조 등을 국제적 기준에 맞추어 개편
    3. 협력 체계 구축 : 정부, 규제기관, 거래소, 민간 금융기관이 긴밀히 협력,일관된 로드맵 제시, 투자자 신뢰를 확보
    4. 단계적 접근 : 단기적으로 개선 가능한 항목을 우선 정비하면서, 장기적으로 외환시장 개방 같은 민감한 과제를 추진

    이러한 노력이 지속된다면, 한국은 단순히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이라는 목표를 넘어서, 장기적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에서의 위상 강화와 자본시장 국제 경쟁력 제고라는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반응형
Designed by Tistory.